‘부품사’ 탈피 나선 현대모비스… ‘테크 기업’ 전환 가속
||2026.03.22
||2026.03.22
현대자동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전통 부품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반도체·인공지능(AI) 기반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설비 투자를 줄이고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동시에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비용 조정이 아닌 구조 전환의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기존 부품 사업 일부를 축소·정리하고, 연구개발 중심으로 투자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실제 투자 흐름도 변화가 뚜렷하다. 2025년 설비투자는 국내 5904억원, 해외 889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9%, 33% 감소했다. 총 투자 규모는 1조4795억원으로 31% 줄었고, 당초 계획 대비 집행률은 62%에 그쳤다. 2022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오던 설비 투자가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회사 측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절감 기조를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생산설비 확대보다 기술 확보를 우선하는 전략 변화로 해석한다.
사업 구조 재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18일 공개한 2025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자동차 범퍼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올해 1월 프랑스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부 처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추가 사업 정리에 나선 것이다. 2024년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현대자동차에 넘긴 것까지 포함하면 최근 2년간 세 번째 사업 매각이다.
회사 측은 “백화점식 사업 구조로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핵심 기술과 성장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전통 외장 부품의 전략적 가치가 낮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범퍼·램프 등 부품은 차별화 요소가 줄고,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며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래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AI·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생산능력 확대가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역량이 핵심”이라며 “설비 대신 R&D에 집중하는 것은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래 사업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1년 정관에 로봇 및 로봇부품 제조·판매업을 추가한 이후 관련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과 로봇 부품 간 기술적 연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모빌리티를 넘어 로보틱스 영역까지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차량 조향 시스템에 쓰이는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구동부와 구조가 유사하고, 정밀 제어·내구성·에너지 효율 등 핵심 기술도 상당 부분 공유된다. 차량용 카메라와 라이다 등 ADAS 센서 역시 로봇 인지 시스템으로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도 같은 흐름이다. 현대모비스의 R&D 비용은 2020년 1조130억원에서 2025년 1조8773억원으로 늘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약 13%에 달한다. 전동화 배터리 관리 시스템, 자율주행 센서, 차량 플랫폼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투자 조정이 아니라 사업 구조 전환의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통 부품 중심에서 벗어나 AI·반도체·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성장 축을 옮기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산업 전반이 부품 공급 중심에서 기술·시스템 경쟁으로 재편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산업은 기술과 시스템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현대모비스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완성차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 기술 기반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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