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픽업트럭 시장” 타스만 주춤 속 무쏘 재장악
||2026.03.21
||2026.03.21
기아 픽업트럭 ‘타스만’이 예상과 달리 기세가 주춤한 사이 KG모빌리티(이하 KGM)가 차세대 픽업트럭 ‘무쏘’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점유율이 80% 이상으로 확대되며 다시 독점 체제에 가까운 구조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산 정통 픽업트럭 모델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입하면서 시장은 재확대 국면에 들어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판매량이 3만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신차 출시를 계기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KGM 중심의 독점 구조에 가까웠던 시장은 기아가 타스만을 투입한 데 이어 KGM이 차세대 무쏘와 무쏘 EV 등을 출시하면서 정체돼 있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캠핑·차박 등 레저 활동 확산과 일·여가 병행 라이프스타일 확산으로 픽업트럭 활용성이 재조명된 점도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5년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2만4998대로 전년(1만3954대) 대비 79.2% 증가하며 두 배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오랜 기간 사실상 KGM이 독점해 온 시장에 경쟁 모델이 유입되면서 ‘정체 시장’이 ‘확장 시장’으로 전환됐다는 평가다.
KGM의 독점 구조에 균열을 낸 것은 기아 타스만이었다. 기아는 2025년 3월 브랜드 첫 픽업트럭을 출시해 연간 8484대를 판매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같은 기간 KGM은 렉스턴 스포츠 8104대, 무쏘 EV 7150대를 판매했다. 특히 렉스턴 스포츠 판매는 전년 대비 36.6% 감소했는데, 업계에서는 타스만 출시와 모델 노후화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타스만 출시 초기에는 시장이 ‘단일 지배 구조’에서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듯한 흐름이 나타났다. 실제로 타스만은 경쟁 모델과 비교해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등 KGM 중심 구조를 흔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구조적인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 들어 시장 흐름은 다시 빠르게 바뀌었다. KGM이 차세대 픽업트럭 ‘무쏘’를 투입하면서다. 무쏘는 출시 이후 누적 계약 5000대를 돌파했고, 2월까지 약 2500대가 인도됐다. 2월 한 달 판매량은 1393대로 전월 대비 24% 증가하며 픽업트럭 시장 1위를 유지했다.
반면 타스만은 같은 달 325대 판매에 그치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여기에 무쏘 EV 판매량(842대)을 포함하면 양측 간 판매 격차는 약 7배 수준까지 확대된다. 이러한 격차는 시장 점유율에도 반영돼 KGM은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약 85%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형성됐던 경쟁 구도가 단기간에 다시 ‘재집중’ 양상으로 돌아간 셈이다.
판매 흐름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확인된다. 타스만은 2025년 7월 1458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8월 777대로 감소한 뒤 10월 596대, 11월 607대, 12월 366대 등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신차 효과로 초기 수요는 확보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특성과 연결해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픽업트럭은 레저뿐 아니라 생업용 수요 비중도 높은 시장”이라며 “초기에는 신차 효과로 수요가 분산됐지만, 결국 가격과 유지비, 활용성 등 실사용 조건이 다시 선택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KGM은 가솔린·디젤·전기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수요를 흡수했다는 평가다. 반면 기아 타스만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의 포지셔닝 중첩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확대 과정에서 유입된 수요가 다시 특정 브랜드로 집중되는 ‘확장 이후 재집중’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재집중 구도가 고착화될지는 미지수다. 시장 외연을 바꿀 변수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GM 한국사업장이 GMC 캐니언을 앞세워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닷지 램 1500도 4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 모델은 단순한 경쟁 차종을 넘어 시장 성격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기존 국내 픽업트럭이 실용 중심 수요에 기반했다면, 미국산 픽업트럭은 고출력 엔진과 대형 차체, 브랜드 상징성을 앞세워 레저·취향 중심 수요를 자극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GMC 캐니언과 닷지 램 1500은 고출력 엔진과 오프로드 성능을 기반으로 한 ‘정통 픽업’ 성격을 강조한 모델로, 기존과 다른 소비층을 유입시키며 시장을 확대를 넘어 세분화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KGM 중심 구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수입 픽업트럭 유입으로 시장이 단일 구조에서 다층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가격대와 용도에 따라 시장이 세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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