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제왕적 권력구조’ 수술대…강호동 사퇴론 확산
||2026.03.20
||2026.03.20
[디지털투데이 이지영 기자] 정부와 여당이 농협의 제왕적 권력구조 개선에 들어갔다. 횡령·배임·금품수수 등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농협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사퇴 압박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농협 개혁 1단계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직무정지 요건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앙회장의 계열사 겸직 금지와 인사·경영 개입 제한도 명문화할 계획이다.
기존에도 직무정지 규정은 있었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개정은 사실상 제도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농식품부 산하 독립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 신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중앙회와 조합뿐 아니라 경제지주와 자회사까지 감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되면서 감독 체계 전반이 강화될 전망이다.
강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단순 논란을 넘어 조직 신뢰를 흔드는 수준까지 번졌다. 강 회장은 정부 특별감사 결과 농협재단 사업비 4억9000만원이 선거 관련 답례품 제공에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고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10돈(당시 580만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받은 의혹으로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횡령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관련 사안을 경찰에 넘긴 상태다. 향후 기소와 1심 판단으로 이어질 경우 법 개정과 맞물려 직무 정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강 회장은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는 감사 결과에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사퇴 요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과와 별개로 거취 문제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정치권과 농민단체의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강 회장은 개혁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가 아니다.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강 회장은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감사 결과에는 수긍할 부분도 있고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신뢰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과 경남 등 농민단체들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사퇴와 전면 개혁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개인 일탈이 아니라 역대 중앙회 체제에서 누적된 특권 구조와 불투명한 운영 관행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권력 중심 구조로 운영돼 왔다는 비판이 농민층 내부에서 제기되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파장은 금융 계열사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NH투자증권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안을 제외하고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연기했다. 지배구조 체제 개편 논의를 우선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농협금융이 중앙회 100% 지배 구조 아래 있는 만큼 중앙회의 인사 영향력 차단을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 맞물린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 회장 체제에서 형성된 이른바 '측근 인사'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민신문 인선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당정은 중앙회장의 겸직 금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농민신문은 정관 개정을 통해 새로운 CEO 선임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강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최종 후보로 확정되면서 인사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인선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개혁 전반의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 내부 개혁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자체 개혁위원회를 통해 선거제도 개선, 인사 공정성 강화, 내부통제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실행 로드맵을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중앙회장 권한 축소와 계열사 인사 개입 차단 등 핵심 과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셀프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개인 비리 여부를 넘어 농협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느냐에 있다. 중앙회장 권한 집중,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 계열사 인사 영향력, 내부통제 실패가 반복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부분적인 제도 보완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강 회장의 거취 문제와 함께 실질적인 권한 분산과 감독 체계 강화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농협 개혁은 다시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인적 쇄신 없이 제도 개선만으로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며 "현 경영진 체제가 유지되는 한 개혁이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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