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시간 연장 전 ‘시스템’ 점검부터 [줌인IT]
||2026.03.20
||2026.03.20
요즘 주식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증권사 고객센터 전화번호나 상담원 연결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눈에 띈다. 올 들어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로 거래가 급증하자 전산 오류를 겪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센터 연결을 시도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관련 정보글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한 투자자는 “이제는 증권사 시스템을 믿기 어려워 종가 수익률을 따로 기록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증권사 전산 오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거래량 급증이 지목된다. 개인 투자자 유입이 크게 늘면서 MTS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가해지는 부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그 결과 업계 전반에서 오류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개인 투자자의 단기 매매는 더욱 활발해지고, 이는 곧 시스템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규모 전산 투자는 비용 부담이 큰 데다 현재의 거래량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마냥 확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그럼에도 핵심 인프라인 전산 시스템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익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 투자는 뒤따르지 않으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투자자 불편으로 전가된다는 지적이다.
현장의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거래시간 연장 정책도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래소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다는 명분 아래 프리마켓(오전 7~8시)과 애프터마켓(오후 4~8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편의성과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거래량 급증 속에서 전산 오류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거래시간까지 늘어날 경우 시스템 운영 리스크가 단순히 증가하는 수준을 넘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다.
현재 국내 주식 거래 시스템은 장 마감 이후 당일 거래를 정산하는 작업이 밤사이에 이뤄지고, 이 과정이 다음 날 새벽에 마무리되는 구조다. 개장 시간이 오전 7시로 앞당겨질 경우, IT 인프라 점검과 일괄 처리 시간이 줄어들어 장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지금은 거래 시간 연장이 아니라 안정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추진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대체거래소 등장과 거래 급증으로 이미 전산 장애가 빈번한 상황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될 경우 대규모 시스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소 역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최근 증권시장 프리·애프터마켓 시행 시기를 당초 6월 29일에서 9월 14일로 연기했다. 시스템 개발 완성도를 높이고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거래소는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단계적으로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거래 시간이 길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가 ‘언제든 거래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주식 시장이 ‘언제 거래해도 문제없다’라는 신뢰를 주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로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만 늘리는 것과 같다.
거래 시간 연장이라는 외형적 확장보다, 시장의 기본 인프라인 전산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먼저다. 증권사도 거래 급증으로 올린 수익을 시스템 안정에 재투자해야 한다. 투자자 신뢰는 기술적 안정성 위에서만 쌓일 수 있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