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다이내믹스, 데이터 기반 운영 넘어 소통 방식까지 바꿨다”
||2026.03.19
||2026.03.19
대형 유통사의 IT 운영은 이제 단순한 전산 지원을 넘어 사업 경쟁력 그 자체를 좌우하는 영역이 됐다. 특히 발주·정산·재고 관리처럼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SAP 시스템은 한번 병목이 생기면 현장 운영과 의사결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핵심 시스템일수록 구조가 복잡하고, 기본 도구로는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충분히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이 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지난해 4월 스플렁크의 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APM) 솔루션 ‘앱다이내믹스(AppDynamics)’를 도입했다. 이후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AI 에이전트까지 연계하면서 SAP 운영 방식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최은봉 이마트 D/T 총괄 아키텍처&인프라팀장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보이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며 “먼저 앱다이내믹스로 SAP 영역을 보이게 만든 뒤, 그 데이터를 실제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AI를 붙였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던 SAP”, 앱다이내믹스로 가시성 확보
앱다이내믹스 도입 이전, 이마트는 모니터링의 파편화 문제를 겪고 있었다.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사용했기에 클라우드마다 다른 콘솔을 봐야 했고, 솔루션별로도 다른 대시보드를 확인해야 했다. 결국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팀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이마트는 아키텍처를 문서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통합 모니터링 체계 구축, 지라(Jira) 기반 업무 가시화, 아키텍처 리뷰 프로세스 마련,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는 핀옵스(FinOps), 알람 관리 체계 정비 등을 병행했다. “기준을 세우고, 구조를 파악하고, 연결하고,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는 게 최 팀장의 설명이다.
특히 SAP 영역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 구간’에 가까웠기에 개선이 필요했다. SAP는 자체 개발 언어인 ABAP와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S/4HANA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도구만으로는 애플리케이션 레벨 흐름을 세밀하게 추적하기 어려웠다.
최 팀장은 “인프라 자원 모니터링은 기존에도 하고 있었지만, SAP 애플리케이션 레벨까지 보려면 별도 APM이 필요했다”며 “SAP GUI나 솔루션 매니저로 볼 수는 있지만, 충분한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AP가 공식 인정한 APM인 앱다이내믹스의 다양한 기능에 관심을 갖게 됐고, 먼저 스플렁크를 찾아가 사용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앱다이내믹스 도입은 이마트에게 있어 SAP 운영 가시성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됐다. 애플리케이션부터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트랜잭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하고 시각화할 수 있게 되면서, 어느 구간에서 병목이 생기는지 이전보다 훨씬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실제 개념증명(PoC) 과정에서 앱다이내믹스 활용을 통한 경영상 이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침 이마트 에브리데이 통합을 진행하면서, 인프라 장비 증설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까지 실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경험에 의존하던 인프라 운영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옮겨갔고, 실제 재무적 성과까지 이어진 것이다.
“지표에서 원인까지”… AI로 분석·협업 구조 바꿨다
다만 앱다이내믹스를 도입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풀린 것은 아니었다. 인프라팀 입장에서는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가 크게 늘어 만족도가 높았지만, 개발팀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표는 많아졌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간극이 있었던 것이다.
최 팀장은 “기술 도입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해 실행 가능한 정보로 바꾸는 단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연계했다. 앱다이내믹스 데이터와 S/4HANA DB 로그, ABAP 프로그램 정보를 교차 분석해 원인과 개선 방향까지 제시하는 구조다.
최 팀장은 이를 교통사고에 비유했다. 그는 “앱다이내믹스는 CCTV처럼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보여주고, ABAP 코드는 설계도, HANA 로그는 엔진 블랙박스라 할 수 있다”며 “세 가지를 함께 봐야 왜 느린지 이유까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마트 인프라팀에서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매일 자동 분석 리포트를 생성하고, 개발팀과 이 결과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특히 이마트는 AI를 단순 분석 도구가 아니라 ‘대화형 분석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인프라 담당자가 DB나 애플리케이션 내부 구조를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와의 반복적인 질의응답을 통해 분석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최 팀장은 “인프라 담당자도 DBA나 개발자가 아니다 보니 모르는 부분이 많다”며 “AI 에이전트와 계속 대화를 하면서 분석을 진행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질문하고 필요한 데이터가 있으면 추가로 가져와 다시 확인하는 식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이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거나 ‘이런 설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하면 실제 DBA에게 확인하고, 다시 그 결과를 반영해 분석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즉 이 과정에서 AI 에이전트는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일종의 ‘가상 DBA’ 역할을 일부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데이터 조회 권한을 부여받아 필요한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운영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회 전용 권한만 허용되고, 시스템 부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접근이 제한된다.
다만 AI 활용 전반에서는 완전 자동화보다 사람의 판단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 팀장은 “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하면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며 “패턴화된 분석은 자동화하지만, 중요한 상황에서는 사람이 직접 개입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보안 문제도 물론 신경썼다. 소스코드나 원본 데이터를 외부 LLM에 직접 전달하지 않고, 내부 분석 결과만 활용하며 AI 에이전트 역시 내부 서버에 구축했다. DB 접근 권한도 조회 전용으로 제한했다.
“AI가 DBA 역할 일부 흡수”…협업 구조 재편
이처럼 AI가 1차 분석과 가설 수립을 선행하면서, 기존에는 인프라팀과 DBA·개발팀 간 여러 차례 오가야 했던 커뮤니케이션이 크게 단축됐다. 현재는 AI가 도출한 분석 결과와 근거를 기반으로 개발팀과 DBA가 검증과 실행에 집중하는 구조로 협업 방식이 재편됐다.
이러한 반복 학습 과정은 AI 에이전트의 성능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최 팀장은 “처음에는 단순 분석 보조 수준이었지만, 개발팀과 DBA의 피드백을 계속 반영하면서 점점 정교해졌다”며 “이제는 일정 수준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앱다이내믹스를 통해 ‘보이지 않던 영역’을 가시화하고, AI를 통해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IT 운영 전반의 구조가 변화했다는 평가다. 김현준 스플렁크코리아 전무는 “앱다이내믹스는 복잡한 SAP 환경에서도 트랜잭션 흐름을 세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여기에 AI를 결합하면 데이터 해석과 의사결정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 IT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관제 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을 자동화·지능화하고, 사람은 더 고차원적인 판단에 집중하게 하는 흐름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봉 팀장은 “기존에는 성능 문제가 발생하면 장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데이터를 근거로 튜닝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그 과정에서 인프라팀과 개발팀 간 그레이 영역이 줄고, 신뢰 기반으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성과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중심으로 조직 간 소통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