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관세 연합군’ 구상… EU, 韓·日·캐나다 묶은 새 무역 동맹 창설 제안
||2026.03.19
||2026.03.19
유럽연합(EU) 유럽의회 내 중도 자유주의 정치그룹 ‘리뉴 유럽’이 유럽과 한국, 일본, 캐나다를 하나로 묶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식 무역 동맹 추진을 공식 제안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 무기화 전략에 맞서, 경제 중견국끼리 방어막을 치고 다자간 집단 억지 체제를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18일(현지시각) 리뉴 유럽은 19일부터 열리는 유럽정상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정책 보고서에서 “특정 국가가 억울한 경제적 강압을 받을 때 공동으로 맞대응하는 지경학적 억지 협정(Geoeconomic Deterrence Pact)을 한국, 일본, 캐나다와 맺자”고 촉구했다. 지경제학(地經濟學)이라고도 하는 지경학은 경제를 무기 삼아 벌어지는 국가 간 세력 구도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 협정은 나토 헌장 5조 집단방위 조항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가 안보 핵심인 억지력 개념을 군사 영역에서 최전선 무역 전쟁이 벌어지는 경제 영역으로 대폭 넓혔다. 협정을 체결하면 EU, 한국, 일본, 캐나다는 반도체, 핵심 광물처럼 해외 의존도가 높은 주요 전략 산업 분야 공급망을 공동으로 관리한다.
또 한 회원국이 부당한 관세나 경제 제재를 받으면 전 회원국이 공동 보복에 나서는 나토식 집단방위 원칙을 경제와 무역 분야에 적용했다. 한 나라가 공격적인 관세 부과나 경제적 압박을 받으면 나머지 국가가 단체로 합동 보복 패키지를 가동하는 방식이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사후 분쟁 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압박 자체를 사전에 막아내는 억지 구조를 만들자는 뜻을 담았다.
발레리 아예르 리뉴 유럽 대표는 “지정학적 긴장 시기에 새로운 동맹 형식을 추진하겠다”며 “한 국가를 향한 부당한 강압은 연대한 국가 전체의 강력한 공동 대응을 부른다는 신호를 강대국에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제안이 유럽에서 움튼 배경에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중국 지도부가 휘두르는 무역 압박이 깔려 있다. 두 강대국은 관세, 수출통제, 보조금, 시장 접근 제한 등을 무기로 유럽 교역 상대국을 죄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캐나다 세 나라는 이미 EU와 규범, 첨단 산업, 안보 측면에서 깊은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는 EU와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을 잠정 발효 중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무역협정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잃을 게 많은 국가들이 진정한 협력을 통해 더 크고 강력한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본과 EU는 경제동반자협정(EPA), 전략적 동반자협정(SPA)을 차례로 발효하며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은 2011년 일찌감치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안착시켰다. 최근에는 디지털무역협정(DTA) 협상을 정치적으로 타결하며 EU와 무역 정책적인 면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세 나라와 협력은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대신, 기존에 탄탄하게 구축해 둔 자유무역 파트너십 위에 경제안보 방어벽을 한층 강화하는 현실적인 접근 방식에 가깝다.
다만 당장 무역 동맹을 실현하기에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높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역은 나라 별로 복잡한 법 체계와 자국 정치 지형과 이해 관계에 따라 제약을 강하게 받는다. 나토처럼 안보를 담보로 절대적인 집단방위 의무를 강제하기 어렵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대미 관계다. 캐나다는 2025년 기준 전체 상품 수출 71.7%를 미국 시장에 의존한다. 일본과 한국 역시 안보와 억지력 핵심축을 전적으로 미국에 기대고 있다. 세 나라가 중국 무역 보복 견제에는 기꺼이 동참할 수 있어도,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미국발 관세 정책에 대항하는 체제에 선뜻 합류하기에는 치러야 할 정치적, 경제적 비용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가 무역 동맹을 추진한다면 완성형 집단보복 조약보다 현실적으로 득이 되는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연대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 조기경보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고, 수출통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협력 체계는 당장 추진해도 무리가 없다. 특정 품목에 대한 공동 세계무역기구 제소나 세이프가드 논의, 투자심사 공조 같은 협력도 제한적이나마 가동할 수 있다. 당장 나토식 자동 보복 조항을 법제화하기는 어렵지만, EU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단순한 규칙 수용자에서 벗어나 우방국과 연대한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의미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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