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민재 기자
전기차(EV) 충전 인프라 정책이 단순 보급 확대를 넘어 실제 이용 편의와 운영 품질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충전기 고장과 결제 오류, 복잡한 인증 절차 등 이용 과정 전반의 불편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와 함께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 방향을 짚는 논의가 집중됐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조현민 이볼루션 대표는 현재 충전 인프라 정책이 ‘설치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충전기 보급 확대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면서 운영 단계에서의 품질 관리와 이용자 경험 개선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이용 환경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 완속 충전기를 둘러싼 리베이트 논란과 요금 상승 문제가 이어지면서 이용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또한 충전기 고장이나 점검 지연 등으로 실제 사용이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충전기 운영 기준과 설치 환경 간 괴리도 문제로 지목했다. 조 대표는 사용 연한 중심의 교체 기준으로 정상 작동 중인 충전기가 교체되거나, 교체 이후 요금이 상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신축과 구축 아파트 간 설치 여건 차이로 이용 격차가 벌어지고, 전력‧계량 체계의 복잡성과 충전기 간 상호운용성 부족, 관련 법 간 충돌까지 겹치면서 운영 단계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설치 중심 정책에서 비롯된 문제가 운영 단계에서 드러난 것”이라며 “이제는 얼마나 충전기를 설치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신뢰할 수 있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지 고려하고,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민 이볼루션 대표가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제도의 중간점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송민재 기자
미흡한 인프라 운영 실태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GS차지비가 지난해 전기차 사용자 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의 가장 큰 불편 요인은 잦은 충전기 고장(52.7%)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위치 불편(29.1%) △충전 속도 지연(27.4%) △결제 오류(21.3%) 등이 불편 요인으로 지목됐다. 충전기 수는 늘었지만 접근성, 사용 가능 여부, 결제 편의성 등 인프라 운영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체감 불편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정욱 GS차지비 대표는 “이용자는 충전기가 있는지 보다 지금 바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설치 확대만으로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종진 현대차 EV충전인프라팀 팀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송민재 기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협력 방안 논의도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김종진 현대차 EV충전인프라팀 팀장은 충전 인프라의 질적 전환을 위한 과제로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운영 중심 지원 정책 도입 등 산업 전반의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김 팀장은 먼저 충전기 전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 사업자의 고정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본요금 중심 구조에서는 가동률이 낮은 충전기의 경우 설치가 늘어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로, 유지·보수와 서비스 품질 확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요금 부과 방식을 ‘계약전력과 총 부하량’ 기준에서 ‘실제 사용량 연동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사업자의 고정비 부담을 줄여줘야 그 돈으로 고장 수리도 하고, 신기술도 도입할 수 있다. 이는 특혜라기보다는 인프라 질적 성장의 초기 단계의 필수적인 육성책”이라고 말했다.
기존 설치보조금 지원에서 ‘운영보조금 지원’으로의 과감한 전환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그는 “충전기 설치 물량 관점에서는 상당히 발전돼 있지만, 사업자들이 신규 설치에 집중돼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오래 전에 설치된 충전기들의 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설치 예산의 일부를 유지 보수와 운영 지원 예산으로 편성하면 사업자들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장난 충전기를 24시간 내 수리하거나, 콜센터 응대율이 높은 우수 사업자에게 운영비를 지원해 주는 ‘서비스 품질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 충전 인프라의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