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티법 쓸모없어지나…美 SEC-CFTC 가이드라인 급부상
||2026.03.19
||2026.03.19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암호화폐 규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미 의회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명확성법(CLARITY Act)의 필요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제당국이 법안 통과를 기다리지 않고 주요 쟁점 상당 부분에 대해 해석 기준을 제시하면서, 시장에서는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냐'는 질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SEC와 CFTC는 지난 17일 공동으로 68페이지 분량의 해석 지침을 발표하고, 대부분의 암호화폐를 비증권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양 기관은 5단계 토큰 분류 체계를 도입했으며, 이 가운데 마지막 범주만 증권법 적용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XRP, 카르다노(ADA), 아발란체(AVAX), 폴카닷(DOT), 체인링크(LINK), 도지코인(DOGE), 시바이누(SHIB) 등 16개 토큰이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됐으며, 폴 앳킨스 SEC 의장은 "10년이 넘는 불확실성 끝에 이번 해석은 연방 증권법 아래에서 암호화폐 자산을 어떻게 다루는지 시장 참여자들에게 보다 분명한 이해를 제공할 것"이라며 "규제기관은 명확한 기준을 명확한 언어로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이 주목받는 이유는 의회에 계류 중인 클래리티법과 겹치는 지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클래리티법은 2025년 7월 미국 하원을 초당적 표결로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은행권과 암호화폐 업계의 대립으로 발이 묶여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2026년 1월 관련 업계 로비 갈등 속에 법안 심의를 연기했고, 아직 새로운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상원 농업위원회는 지난 1월 29일 별도 초안을 진전시켰지만, 두 안을 조율해야 하는 만큼 전체 표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SEC와 CFTC는 이런 입법 지연을 기다리지 않고 해석 지침을 통해 시장에 먼저 기준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attach-and-detach' 원칙도 포함되는데, 토큰이 사전 판매 단계에서는 발행사의 수익 약속 등으로 인해 증권성 판단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 해당 약속이 이행되거나 철회되고 네트워크가 독립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투자계약 성격이 종료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마이클 셀릭 CFTC 의장은 "미국의 개발자와 혁신가, 기업가들은 연방 증권법과 상품법 아래에서 암호화폐 자산의 지위를 둘러싼 명확한 지침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며 "이번 해석으로 그 기다림은 끝났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이 클래리티법 전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법안에는 디지털 상품 거래소와 브로커, 딜러를 위한 공식 등록 경로가 담겨 있고, 탈중앙화금융(DeFi)과 상호작용하는 중앙화 중개업체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기준도 포함된다. 여기에 자금세탁방지(AML) 조항과 수사기관 집행 수단까지 담고 있어, 해석 지침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법적 장치들이 남아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조치가 규제의 방향을 보여주긴 했지만, 제도적 틀 전체를 완성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장 반응도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이번 공동 지침만으로도 클래리티법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구현됐다고 평가한다. 규제기관이 이미 토큰 분류 기준과 스테이킹, 에어드롭, 채굴 관련 입장을 상당히 명확히 한 만큼, 법안의 시급성이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시각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조치가 어디까지나 해석 지침일 뿐 법률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신중론을 펴고 있다. 향후 행정부가 바뀌면 지침이 철회되거나 재해석될 수 있고, 법원 역시 입법과 달리 규제기관의 해석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원에서 최대 쟁점으로 남아 있는 스테이블코인 이자 문제 역시 이번 지침에서는 제한적으로만 다뤄졌다.
앳킨스 의장도 이런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최근 친암호화폐 정책 기조를 영구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의회 입법이라고 언급했다. SEC는 수주 내로 400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공식 규제안도 별도로 내놓을 계획이며, 여기에는 암호화폐 스타트업을 위한 혁신 예외 조항이 담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관건은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간선거가 본격화되기 전 상원이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약 18주의 근무 기간 정도로 거론된다. 그 안에 의회가 입법에 나설 수 있을지, 아니면 SEC와 CFTC가 제시한 규제 명확성만으로 시장이 당분간 버틸 수 있을지가 향후 디지털 자산 규제 체계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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