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국익외교의 자충수
||2026.03.19
||2026.03.19

호르무즈 호송 구상 실패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행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에 호소했으나 동맹국들은 일제히 무시해 버렸다. 이재명 정부역시 사면초가의 트럼프를 도운 뒤 관세협상과 안보 협의(핵추진 잠수함·우라늄 농축 등)에서 대가를 얻기 위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트럼프는 “누가 참여하고 누가 참여하지 않을지 기억할 것”이라며 협박 했지만, 특히 유럽 동맹국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마도 일본 정도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트럼프는 “도와주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발끈했지만, 자업자득이다.
동맹국들의 반란
유럽 동맹국의 반란은 지난 2월 중순 뮌헨안보회의에서부터 노골적이었다. 개막연설에서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의 리더십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의 리더십은 도전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그 리더십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개막에 앞서 공개된 보고서 ‘파괴의 한가운데서’(Under Destruction)에서 뮌헨안보회의는 “기존 제도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가장 강력한 인물은 트럼프”라고 직격했다.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유럽이 강조한 기존 질서는 실패했고, 종말을 맞았다면서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재편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의 ‘유럽 쇠퇴론’에 반박하고 강한 유럽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독일, 프랑스는 중국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밀착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때만 해도 영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호위구상에 대해서는 영국이 먼저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반미·반트럼프 노선의 선봉은 미국의 51번째 주로 희롱당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였다. 카니 총리는 지난 1월 20일 다보스포럼에서 “강대국들이 경제적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지렛대 삼고, 공급망을 약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고, 1주일 뒤 의회연설에서 “현재 미국에서 정상적인 것은 거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국내외 여론 악화
동맹국 지도자들의 반트럼프 연대는 구조적이다. 자국과 미국 여론의 뒷받침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런던의 독립 여론조사 기관 퍼블릭 퍼스트와 함께 지난해 11월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5개국, 1만51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국가의 응답자들이 미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미국은 문제 유발국가’라고 인식한 비율이 캐나다 63%를 비롯해 독일 52%, 프랑스 47%, 영국 46% 등으로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
미국인들의 자국에 대한 인식도 1년 사이 크게 악화됐다. 2024년 10월 퍼블릭 퍼스트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70%가 ‘미국이 역사 전반에 걸쳐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그러나 1년 후 실시된 폴리티코 여론조사에서는 51%만이 ‘미국이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답했다.
서방 동맹국은 물론 미국민들마저 미국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 동맹국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노선에 공개적으로 반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트럼프가 이란에서 잃은 것들
새해 벽두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했을 때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권위 있는 언론들은 ‘신제국주의’라는 표현으로 트럼프의 외교 노선을 비판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아예 “트럼프의 무분별한 폭력 사용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다르지 않다”고 직격했다. 부정 일색이던 여론은 사망자 단 한 명 없는, 워낙 성공적이고 완벽한 군사 작전 덕분에 묻힌 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은 베네수엘라에서처럼 ‘짧고 굵게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 이미 전쟁은 4주차에 접어들었고 미사일 재고가 동날 정도로 막대한 전비를 쏟아 부었다. 무고한 걸프 연안 국가 대부분이 피해를 봤고,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됐다. 국제 유가는 오르고 주가는 출렁거린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의 10년 전쟁 때도 건드리지 않은 하르그섬을 공격하고, 러시아 석유 금수도 풀어줘야 했다.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블러핑하고 실제 상륙 훈련 쇼도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차 세계대전 당시 환영받는 해방군이었던 미군이 이제는 제국주의 점령군으로 인식되니, 지상군 투입은 절대 금기다. 리더십은 실종됐고, “트럼프는 입만 열면 거짓말에 허풍”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아야
사실 첫날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해 50명 가까운 이란 정부와 군 수뇌부를 일거에 제거한 자체로 일방적으로 승리와 휴전을 선언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상대의 굴욕적 양보만을 추구하는 트럼프 특유의 과욕이 화를 불렀다. 베네수엘라에서의 쉬운 승리가 트럼프의 만용을 부른 셈이다.
하르그섬 공격을 ‘미친놈 전략(Madman Theory)’으로 해석하는 분석가들이 있다. 협상·외교에서 상대방에게 ‘비합리적이고 예측 불가한 인물’로 인식되게 만들어 협상 조건을 유리하게 끌어내는 전략이 미친놈전략 또는 광인전략(狂人戰略)이다. 그러나 이란은 나라 전체가 미친 집단이니 트럼프의 미친놈 전략이 통할 리 없었다.
트럼프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내 경기도 매우 좋지 않다. 기업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최대며, 고금리와 고물가 때문에 서민 생활은 고달프다.
거기에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출렁이면서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악화되는 1970년대 오일쇼크 시절 슬럼플레이션(slumpflation)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맥도날드 메뉴의 평균 가격은 2019∼2024년 사이 40%나 올랐다. 트럼프만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유권자는 현재의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세계 평화나 동맹의 신뢰보다는 단기적 국익, 국익보다는 본인의 이익과 체면을 앞세우던 트럼프의 외교 노선이 강력한 부메랑을 맞고 있다. 단기적 국익만 추구하는 트럼프 외교노선의 부메랑에서 이재명 정부도 배우는 것이 있기를 기대한다.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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