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토스 IPO 셈법… 이승건도 쿠팡 김범석처럼 차등의결권?
||2026.03.19
||2026.03.19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공개(IPO)가 본격화되면서 상장 전략이 ‘미국 직행’에서 ‘절충형 구조’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앞서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중단하고 미국 증시 단독 상장을 추진하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국내 상장 준비 움직임까지 포착되면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이달 초 금융감독원에 ‘지정감사인 제도’ 관련 절차를 문의했다. 지정감사인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금융당국이 지정한 회계법인을 통해 외부 감사를 받는 제도로, 국내 상장을 위한 사전 단계로 여겨진다.
시장에서는 2024년 국내 상장 준비를 중단하고 미국 증시 상장을 중심으로 IPO를 추진해 온 토스가 다시 방향을 틀어 국내 시장까지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토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주식시장(나스닥) 상장을 위해 해외 투자은행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협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기업가치를 10조~20조원 수준으로 평가하며, 미국 상장을 통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앞서 상장했던 쿠팡도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직상장해 국내 시장을 거치지 않고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토스가 굳이 쿠팡과 같은 길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과 달리 토스는 은행·증권·결제를 아우르는 금융 플랫폼 특성상 각 사업이 국내 규제 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가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산업이라면 금융은 인허가와 감독에 묶인 ‘라이선스 산업’이라는 점에서 해외 단독 상장에 부담이 따른다.
특히 토스의 사업 기반은 대부분 국내에 있다. 수익의 상당 부분이 원화로 발생하는 만큼, 국내 증시에 상장해 원화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이 먼저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절충안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했지만, 토스는 금융회사 성격이 강해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특히 쿠팡 상장 이후 차등의결권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승건 대표가 같은 선택을 할 경우 시장의 비판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토스가 미국과 한국 증시를 동시에 활용하는 ‘이중 상장’ 또는 ‘ADR(주식예탁증서)’ 방식까지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적 측면에서 ADR 방식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ADR은 국내 주식을 기반으로 해외 투자자에게 거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한국 증시에 먼저 상장한 뒤 해당 주식을 예탁기관에 맡기면 이를 바탕으로 예탁증서를 발행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구조다. 해외 투자자는 이 증서를 통해 해당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과거 포스코홀딩스, SK텔레콤, 한국전력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직접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와 달리 ADR은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규제 부담이 덜해 기업 지배구조나 법적 책임 측면에서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 투자자들의 평가가 주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실상 ‘글로벌 밸류’를 반영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양쪽 시장의 장점을 동시에 취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시장에 상장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IPO를 통한 자금 유입 규모 역시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토스가 시장 상황과 규제 환경 사이에서 방향을 확정하지 못한 채 전략만 조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랜 기간 IPO를 준비해왔지만 미국 상장을 통한 높은 기업가치 확보와 국내 시장을 통한 안정적 자금 조달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해석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 상장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장점이 분명하지만 미국 법인 설립과 규제 대응 등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며 “장고 끝에 악수를 두지 않으려면 밸류와 규제, 자금 조달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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