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닥’ 의식했나… 연기금, 올해 코스피 ‘팔고’ 코스닥 ‘사자’
||2026.03.19
||2026.03.19
연기금의 코스닥 매수세가 거세지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발발한 급락장에서 코스닥이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연기금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관측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 들어 전날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2조5277억원을 순매도했다. 작년 한 해 4조6088억원어치 사들인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다만 시장별로는 달랐다. 코스피에서 2조8543억원을 팔았으나 코스닥에선 3267억원을 사들였다. 매년 1~3월 연기금이 코스피를 순매도하는 동시에 코스닥을 순매수한 건 2012년 이후 14년 만이다.
중동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커진 이달, 코스닥 매수세는 더 커졌다. 연기금은 전날까지 코스닥에서 4305억원 순매수했다. 아직 한 달이 끝나지 않긴 했으나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9년 이후 월별 기준 역대 세 번째로 크다. 1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3월(1조2329억원)이었고, 2위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천스닥’을 달성한 2021년 12월(4869억원)이었다. 코스피에선 이달 12거래일 중 7거래일 매도 우위를 보이며 2816억원을 팔았다.
연기금이 연초 코스피 매도물량을 대거 쏟아내는 것은 리밸런싱(자산 배분 조정)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기금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은 기금 포트폴리오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최대 19.4%(2025년 기준)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자산군 내 국내주식 평가금액이 작년 말 263조7370억원으로 전체 18.1%를 차지하면서 비중 조절에 나섰단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기본 목표 비중은 14.4%이지만 전략적 자산배분(SAA)과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통해 최대 5%포인트 더 늘릴 수 있다. 국내주식 비중이 21.2%(기본 목표 비중 18.8%)였던 2020년 말에도 이듬해 1~3월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15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리밸런싱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타난 연기금의 코스닥 ‘사자’ 행보는 ‘코스닥 3000’을 내건 정부 정책에 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코스닥 활성화를 처음 언급한 후 정부는 작년 12월 작년 말 부실기업 퇴출 및 기관투자자 유입 등의 내용을 담은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고, 올 1월엔 연기금 평가 항목에서 벤처투자 배점을 확대하고 기금 수익률 평가 시 코스피·코스닥 모두 반영하는 운용 평가 지침을 개정했다.
사실상 연기금에 코스닥 비중 확대를 주문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규모는 5조8000억원(2024년 기준)으로 국내주식 전체 3.7%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4.4%에서 14.9%로 올리고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38.9%에서 37.2%로 내린 점도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주식 비중이 정해져 있는데 그 부담이 커져 로테이션 차원에서 코스피를 순매도하며 비중을 조절한 거 같다”며 “지난해 국민연금이 (코스닥 관련) 위탁운용사를 많이 선정했고 증권사가 코스닥 상장사 커버리지를 더 넓히는 등 제도적으로 연기금이 코스닥에 들어올 환경은 갖춰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풍 매수 속 연기금이 올해 코스닥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은 대주전자재료다. 958억원 순매수했다. 배터리 소재 업체인 대주전자재료는 전도성페이스트(전극용 소재)의 인공지능(AI) 서버 및 우주항공 수요 증가 기대 등으로 주목받았다. 그다음 순매수액이 큰 상장사도 배터리 소재 업체 에코프로(927억원)였다. 3·4위는 난치성 질환 치료제 관련 바이오 회사인 알지노믹스(899억원)·올릭스(725억원)였고 5위는 하이니켈 소재 기업 에코프로비엠(606억원)이었다.
코스피에서 매도물량을 쏟아냈으나 순매수한 종목도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우가 5647억원으로 가장 컸고 그다음 배터리 업체 삼성SDI가 190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현대모비스 1630억원, SK텔레콤 1524억원, 고려아연 1486억원, SK스퀘어 1424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주로 대형주였다. 삼성전자가 순매도 5914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현대차 5614억원, NAVER 2864억원, 한국전력 2500억원, SK하이닉스 2493억원, HD한국조선해양 1910억원, 삼성에스디에스 1903억원 등의 순매도액을 보였다.
정부 정책에 따라 연기금 코스닥 순매수 흐름은 지속할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연기금들이 벤치마크에 코스닥을 넣어야 해서 과거보다 매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작년부터 수출 대형주들이 강세를 보였는데 앞으로는 반도체 소·부·장 등 코스닥 업체로 투자심리가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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