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오일쇼크 데자뷔?… 美 연준, 중동 악재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차단 총력
||2026.03.18
||2026.03.18
미국과 이란이 맞붙은 이후, 물가 상승과 고용 한파가 동시에 밀려오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정책 결정자들이 옴짝달싹하기 힘든 진퇴양난에 빠졌다.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이 촉발한 오일 쇼크 이후 연준은 약 반세기 만에 다시 유사한 딜레마를 마주했다. 당시 오일 쇼크는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가 겹치는 악명 높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낳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경제 체력과 산업 구조가 50년 전과 확연히 다르고, 연준 역시 과거처럼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려 경제를 스스로 깊은 불황에 빠뜨리는 극단적 처방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18일(현지시각) 연준은 이틀간 일정을 마무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3.75% 수준으로 동결할 것이 확실시된다. 당초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유지한 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뜬금없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하면서 모든 금리 전망이 어그러졌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 20%가량이 언제 막힐지 모른다는 공포가 시장을 덮치면서 셈법이 복잡하게 꼬였다. 특히 2주 만에 국제 유가가 50% 가까이 폭등하면서 그 충격파가 운송비와 식료품, 공공요금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달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책무를 동시에 짊어진 기관이다. 유가가 뛰어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 시중 자금을 거둬들여야 한다. 동시에 그 충격으로 기업 투자가 줄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반대로 금리를 내려 돈줄을 풀어야 한다. 연준으로선 방향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처방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혹독한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물가와 고용 사이에서 어느 쪽을 희생해야 할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금리 결정 과정에서 물가 지표로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가장 눈여겨 본다. 이 지수는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가계가 실제로 지출한 재화·서비스 가격 변동을 종합해 산출한다. PCE 지수는 이란 침공 발발 전인 지난 1월부터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에너지 부문 충격이 통계에 온전히 반영되기도 전에 이미 물가 상승 불씨가 살아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처럼 물가 상승 추세 자체가 연준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대형 악재들도 이번 금리 결정을 신중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꼽힌다. 연준은 2020년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시작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징벌적 무역 관세 부과 충격에 이어 이번 중동 불안까지 연속적인 굵직한 악재에 시달려왔다. 이 사건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향해 안정적으로 다가갈 때마다 물가를 다시 자극했다.
AP는 전문가를 인용해 “연준 인사들은 과거 인플레이션 초기 현상을 일시적일 것이라고 오판했다가 심각한 역풍을 맞았던 기억이 있다”며 “에너지 가격 급등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철저히 확인하고 확실한 물가 둔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절대 방어 태세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 경기 침체 당시 안일한 판단을 만회하기 위해 가파른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현재 연준은 수장 교체라는 중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 후임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했다. 현재 이 안건은 상원 인준 절차를 밟고 있다. 새 수장 취임과 통화 정책 철학 변화를 앞둔 과도기에 현 지도부가 금리 정책 노선을 크게 비틀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현 위기가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와 외형적으로 닮았지만, 내부 전개 양상은 판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1970년대 당시 미국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했다. 유가 폭등이 곧바로 산업 전체 마비와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를 억누르기 위해 연준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금리를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며 경제를 인위적인 침체로 몰아넣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서비스업과 첨단 기술 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 또한 미국 스스로 세계 최대 산유국 반열에 올라서면서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자체적인 완충 장치를 갖추고 있다. 연준 입장에서도 50년 전처럼 물가를 잡겠다는 단일 목적에 얽매여 경제 체력을 갉아먹는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이유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연준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기보다 경제 전반에 펼쳐질 수 있는 구체적인 약세 징후를 기다린 후에 반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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