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sight]왜 세상은 아직도 SAP ERP로 돌아가는가
||2026.03.18
||2026.03.18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SAP,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이름만 들어도 무겁고 불편한 시스템들이다. 화면은 복잡하고, 배우기 어렵고, 바꾸기는 더 어렵다. 그런데 글로벌 대기업들은 여전히 이들시스템을 쓴다.
나름 이유가 있다.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 투자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에릭 조우(Eric Zhou), 시마 앰블(Seema Amble) 파트너는 데이터를 이유로 꼽는다.
두 사람은 최근 a16z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SAP 같은 레거시 시스템은 기업 핵심 데이터를 담고 있다. 오랜 시간 쌓인 업무 절차와 조직 구조가 시스템 안에 녹아 있고, 이를 벗어나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독일 슈퍼마켓 체인 리들은 SAP 전환을 시도하다 5억 달러를 날리고 포기했다. SAP ECC에서 S4HANA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3년과 7억 달러, 액센추어 직원 50명이 필요하다는 추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환이 끝나도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1200번 앱을 전환하며 일한다. 주당 4시간이 앱들을 왔다갔다하는데 낭비된다.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한다고 답한 직장인도 47%에 달한다. 대규모 시스템 전환 프로젝트 중 목표를 달성하는 사례는 30%에 불과하다는 추정도 있다.
하지만 AI가 발전하면서 EPR 경험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두 사람에 따르면 AI발 ERP 변화는 구축,, 활용, 확장 세 단계에서 모두 목격할 수 있다.
구축 단계를 보면 시스템 전환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고 위험한 부분은 초기 요구사항 정의와 구성 작업이다.
AI는 회의록, 문서, 티켓 등 흩어진 정보를 구조화된 요구사항으로 바꾸고, 테스트 시나리오와 마이그레이션 계획을 자동 생성한다.
두 사람은 "악시아매틱(Axiamatic), 컨덕트(Conduct), 옥터(Auctor) 같은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들은 전환 리스크를 줄이고 일정을 단축해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시스템을 쓰는 단계에서도 AI 역할이 있다. AI는 슬랙이나 브라우저 사이드바에 붙어 "이건 어디서 찾나요?", "이 작업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고, API를 통해 직접 실행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전에는 자동화할 방법이 없던 화면 기반 작업들도 AI 에이전트가 처리할 수 있다. SAP 화면을 직접 읽고 조작하며 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팩터랩스(Factor Labs), 솔라(Sola) 같은 회사들이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두 사람은 전했다.
확장 단계에서는 더 흥미로운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두 사람은 "기업은 끊임없이 바뀐다. 신제품, 새 규정, 인수합병. 그때마다 시스템을 손보거나 별도 앱을 만드는 것은 낭비다. AI는 기존 시스템 위에 가볍고 목적에 맞는 경험을 빠르게 얹는다. 공급업체 등록을 위해 SAP 화면 12개를 돌아다니는 대신, 문서 수집·승인·등록을 한 번에 처리하는 전용 앱 하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때문에 레거시 시스템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두 사람은 "SAP,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는 너무 깊숙이 박혀 있다. 바뀌는 것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다. AI가 인터페이스가 되어 원하는 결과를 말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하는 구조로 바뀐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쌓이는 데이터와 워크플로우는 경쟁자가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자산이 된다. 성공한 작업이 재사용 가능한 패턴이 된다. 오래된 소프트웨어 위에 올라탄 AI가 오히려 새로운 소프트웨어 경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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