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더 빠르지만 차갑게…반도체 ‘유리 기판’ 상용화 경쟁
||2026.03.16
||2026.03.16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사용해온 유리가 이제 인공지능(AI) 칩을 위한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리를 활용한 차세대 칩 패키징 기술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와 연산 성능 한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내용을 지난 13일(현지시간) 테크놀로지리뷰가 보도했다.
SKC의 미국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는 차세대 컴퓨팅 하드웨어를 위한 특수 글래스 패널의 상업 생산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미국에 AI 칩용 유리 기판 생산 공장을 완공했으며, 올해부터 고객사를 위한 소량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반도체 기업 인텔 역시 차세대 칩 패키지에 유리 기판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여러 개의 실리콘 칩을 연결하는 기판으로 유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반도체 설계에서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하는 '칩 패키징'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유기 기판은 열이 발생하면 휘어지는 '뒤틀림'(warpage) 문제가 발생해 칩 정렬 오류나 냉각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AMD의 연구원 디팍 쿨카르니는 "AI 연산이 증가하면서 패키지 크기가 커지고 기판 변형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유리 기판은 이러한 기계적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유리는 열 안정성이 높아 기존 기판보다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으며, 패키지 크기를 줄이면서도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반도체 패키징은 유리섬유 강화 에폭시 같은 유기 기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의 첨단 패키징 부사장 라훌 마네팔리는 유기 기판이 전기적·열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리 기판을 활용하면 동일 면적에서 연결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 칩 간 연결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 수 있으며, 같은 패키지 면적에 최대 50% 더 많은 칩을 집적할 수 있다.
또한 유리는 표면을 매우 매끄럽게 가공할 수 있어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을 줄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이엑스(IDTechEx)에 따르면, 유리 기판은 유기 기판보다 최대 5000배 더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어 칩 성능 저하를 일으키는 미세 결함을 줄일 수 있다. 유리는 빛을 유도하는 특성도 있어 광 기반 신호 전송을 기판 내부에 구현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구리 배선보다 훨씬 낮은 전력으로 데이터 이동이 가능하다.
다만 유리 기판에는 기술적 난관도 존재한다. 두께가 수백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매우 얇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 연구진은 최근 유리 기판을 적용한 테스트 칩 패키지를 제작하고, 해당 장치가 실제로 운영체제를 구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리 기판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디테크이엑스는 관련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10억달러에서 2036년 44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리 기판 기술은 2009년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의 3D 시스템 패키징 연구센터에서 시작됐다. 이후 앱솔릭스는 SKC와 협력해 2024년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에 생산 시설을 구축했으며, 미국 정부의 '칩스법'(CHIPS for America) 프로그램을 통해 총 1억7500만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리 기판 기술을 둘러싼 경쟁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LG 이노텍 등 한국 기업들이 연구와 시범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부품 기업 JNTC는 반가공 유리 패널 생산시설을 구축해 공급망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리 기판이 먼저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에 적용된 뒤, 생산 비용이 낮아질 경우 향후 노트북과 모바일 기기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AI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유리가 차세대 컴퓨팅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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