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협상인가 갈취인가
||2026.03.16
||2026.03.16
삼성전자 노조가 메모리사업부 직원 1인당 4억5000만원의 성과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임직원 평균 연봉(1억5800만원)의 3배에 달한다.
노조의 논리는 단순하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써서 직원 1인당 1억원 이상을 지급했으니 삼성도 그 이상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산정했다.계산은 간단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그 20%인 40조원을 성과금 재원으로 내놓으라는 요구다. 이 금액은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에 쏟아붓는 설비투자액(47조5000억원)과 맞먹는다. 1년치 반도체 시설 투자금 전체를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는 셈이다.
논리와 계산은 간단하지만 그 이면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우선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지출하면 반도체 설비투자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도체는 투자 시점을 놓치면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투자 축소는 기술 격차 확대로 이어지고 결국 회사 실적 악화로 돌아온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의 토대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또 성과급은 매년 같을 수 없다.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1~2년의 호황기 수치만 뽑아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노조는 당장의 호황을 이유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만약 회사의 실적이 나빠질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은 회사의 실적이 나쁠 때 구성원 월급을 절반으로 깎는 데 동의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호황의 과실은 최대한 가져가되 불황의 리스크는 회사에 떠넘기는 구조는 성과 공유가 아니라 일방적인 이익 취득이다. 회사와 함께 위기를 감수할 각오 없이 호황기 숫자만 들이미는 요구를 정당한 협상이라 부르기 어렵다.
물론 초과 이익을 구성원과 나누는 것 자체는 맞다. 그러나 정당한 문제 제기를 과도한 요구로 망가뜨려선 안 된다. 지금 노조는 과도한 요구로 스스로의 정당성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이같은 노조의 요구는 내부 직원들의 결속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의 77.9%는 DS부문 소속이다. 메모리사업부 가입률은 73.5%에 달한다. 반면 가전·모바일을 담당하는 DX부문 가입률은 29.4%에 불과하다. 노조가 사실상 DS부문 중심으로 재편된 구조에서 '4억5000만원 요구'는 5만명이 넘는 DX부문 임직원을 소외시킨다. DX부문 조합원 사이에서 벌써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조합원을 향해서도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인력은 정리해고 1순위"라고 공개 선언했다.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강제 전환 배치나 해고에 우선 안내하겠다"고도 했다. 파업 불참자 신고 센터까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불참을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예고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동의 없이 불참자 명단을 수집·관리하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해고 1순위로 안내하겠다"는 발언은 협박죄 또는 강요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성과를 나누자는 노조의 요구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정당한 요구도 방식이 틀리면 명분을 잃는다. 노조의 존재 이유는 조합원 보호다. 협박으로 조합원을 줄 세우는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 또 다른 권력일 뿐이다.
유진상 ICT부 부장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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