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표준]⑨ 전자기기 ‘케이블’ 지옥에서 인류 해방시킨 USB
||2026.03.13
||2026.03.13
세계적인 기준을 이야기할 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표현을 쓴다. 스탠더드는 ‘표준’을 말한다. 표준은 경제, 산업, 기술을 아우르는 약속이다. 기술 발전으로 ‘표준’이 필요해지기도 하지만, 하나의 표준이 혁명 수준의 도약을 견인하기도 한다. 국가기술표준원과 조선비즈는 산·학·연·언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상을 바꾼 10대 표준’과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10대 표준’을 선정하고, 표준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편집자주]
1980년대 컴퓨터가 가정과 기업에 본격 보급된 후 사람들은 새로운 숙제를 얻었다. 연결 선(線)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컴퓨터를 마우스와 키보드, 프린터 등과 연결하기 위한 케이블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에서 출시된 PC와 프린터도 각각 단자(端子)가 달랐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산더미처럼 케이블을 쌓아놓고 특정 기기에 맞는 것을 매번 찾아서 연결해야 했다.
인텔의 개발자 아제이 바트(Ajay Bhatt) 역시 아내가 컴퓨터와 프린터 연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하나의 케이블 표준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4년 바트를 주축으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팩커드(HP) 등이 공동으로 USB(Universal Serial Bus·범용 직렬 버스) 표준 개발을 본격화했다. 2년 뒤 USB 첫 표준이 세상에 등장했다.
USB 표준 덕분에 사람들은 하나의 케이블만 가지고 컴퓨터와 주변 기기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주변 기기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나, 제조사도 특수를 누렸다. 다만 초기 표준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12Mbps에 그쳤다. 1초당 약 1.5메가바이트(MB)를 전송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후 더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표준이 순차적으로 개발됐다. 가장 최신 표준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최대 80Gbps로 1초에 10기가바이트(GB)를 옮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2012년 애플이 자체 개발한 충전용 USB 단자를 고집하면서 소비자들은 선을 늘릴 것인가, 모든 제품을 애플 것으로 통일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소형 전자기기 제조사는 대부분 끝 모양이 둥근 USB C타입을 적용해왔다. 반면 애플은 끝 모양이 납작한 일자 형태 라이트닝 충전 단자를 고집해왔다. 애플의 독점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다. 충전 및 파일 전송 속도는 USB C타입이 라이트닝 단자보다 빠르다고 한다.
그러나 애플은 2023년 출시한 아이폰 15 모델부터 USB C 타입을 도입했다. 2022년 유럽연합(EU)이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모바일 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 C타입으로 통일하는 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충전 단자를 통일해 한 해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 1만1000톤을 줄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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