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분위기 반전 카드는?...인터배터리 현장 가보니
||2026.03.13
||2026.03.13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14개국 667개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집결한 인터배터리 2026 현장.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는 "예전엔 3사 합쳐 글로벌 점유율이 50%가 넘었는데 지금은 17~18%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으로서 위기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담아 전했다.
국제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은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14개국 667개사가 2382개 부스를 채웠고, 해외 참가사만 180여 개사다. 참관객은 2023년 6만1787명에서 2024년 7만508명, 2025년 7만7102명으로 3년 연속 늘어왔다.
올해는 업계 위기감이 부스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부스 투어 후 "기술의 압도적 우위 없이는 가격 경쟁 측면에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이니켈 쪽은 품질 안정성 면에서 아직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로드맵과 성능 수준 자체는 중국과 거의 같아졌고, 제품 간 편차나 품질 안정성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자체 평가다. 배터리산업협회장인 엄기천 대표도 "공급망 문제와 보호무역이 K배터리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미 전기차 캐즘으로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 가동률이 하락한 상황이 겹쳤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공장 가동률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갔다. 회사가 12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회사의 생산시설 평균 가동률은 47.6%였다. 57.8%를 기론한 2024년과 비교하면 10%p 넘게 하락했다. 2023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가 침울하지만은 않았다.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역전 카드를 꺼내 드는 발언이 이어졌다. 엄기천 대표는 "K배터리 생태계가 원팀이 돼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전고체나 차세대 전지로 다시 중국을 넘어가야 한다"며 "협회가 기업·정부와 실질적인 전략을 짜겠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저마다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다음 스텝'을 향한 구체적인 전략이 현장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전고체·신시장·LFP...K배터리가 꺼낸 중국 역전 카드
올해 핵심 의제는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전환 수요로 빠르게 성장 중인 ESS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미국 관세 정책, EU 배터리 규정 등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도 다뤄지며 배터리 3사 구매 담당자가 참여하는 상생협력 구매상담회도 운영됐다.
첫 번째 역전 카드는 전고체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 셀을 최초 전시하며 전기차용 흑연계 2029년, 로봇·도심항공교통(UAM)용 무음극계 2030년 상용화 로드맵을 내놨다. 삼성SDI도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처음 공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분을 투자한 팩토리얼에 양극재를 공급해 2년 후 유럽·미국 OEM 슈퍼카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엄기천 대표는 "전고체는 K-배터리가 중국을 추월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라고 말했다.
전시 현장에서는 배터리 3사 제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이온배터리(LIB)의 한계를 넘어서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충전'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 셀과 목업용 모듈을 처음으로 전시했다. 로보틱스 관련 부스에서는 서비스 로봇, 휴머노이드, 산업용 로봇 등에 적용 가능한 전고체 셀도 공개했다.
삼성SDI는 피지컬 AI용 전고체 배터리 샘플 외에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에 들어가는 LMO 각형 배터리와 올해 인터배터리 어워즈 수상작인 700Wh/L 고에너지 각형 배터리를 함께 선보였다.
SK온은 구조 설계 단계에서 가스와 열을 원하는 방향으로 배출할 수 있는 '각형 온 벤트 셀'을 공개해 이번 어워즈를 수상했다. SK온과 SK엔무브가 공동 개발 중인 액침냉각 배터리팩 2종도 전시됐다. 아울러 파우치 셀을 알루미늄 케이스에 담아 설계 유연성과 구조적 강점을 결합한 파우치 통합 각형 팩을 포함해 팩솔루션 4종도 선보였다.
또 다른 카드는 로봇·UAM 등 성장 시장이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UAM이나 휴머노이드처럼 야외 활동이 많은 애플리케이션은 에너지 밀도가 가격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높은 전고체는 소화 설비를 줄일 수 있어 무게·부피 측면에서도 로봇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포스코퓨처엠도 팩토리얼과 드론·휴머노이드용 전지를 공동 개발 중이며, 별도 고객사와도 휴머노이드 전지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2028년 상용화가 목표다. 삼성SDI는 내년까지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준비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로봇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회에서 전고체 배터리 '솔리드스택(SolidStack)'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장석 삼성SDI 전략마케팅실 상무는 12일 열린 부대행사 더배터리컨퍼런스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의 궁극적인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며 "절대적인 안전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벼우면서도 높은 용량으로 로봇 가동시간을 8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카드는 LFP 양극재 진출이다. 엄기천 대표는 "7~8월 기존 삼원계 라인 개조를 완료하고 3분기 인증을 거쳐 연말 국내 고객사에 양산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EU 산업가속화법(IAA) 시행으로 역내 배터리 자급률 강화 기조가 맞물리며 현지 생산 기반을 앞서 갖춘 K배터리 소재 기업의 경쟁력 회복 기대도 나왔다. 헝가리 공장도 계획대로 운영 중이다.
관건은 원가 경쟁력이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원가의 경우, 핵심 원료인 리튬설파이드는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가격이 낮출 수 있다. 공조 설비 비용도 매스 스케일 생산으로 넘어가면 줄어 들게 된다. 결국 소재 공급 스케일 확대와 공정 혁신이 뒷받침돼야 세 장의 카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K배터리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로드맵을 꺼냈느냐가 올해 하반기 수주 경쟁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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