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넘보는 원·달러 환율…은행권 ‘건전성 관리’ 비상
||2026.03.12
||2026.03.12
[디지털투데이 이지영 기자]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드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환율이 150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권 자본 건전성 지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간밤 달러 강세와 역외 거래 흐름을 반영해 전 거래일보다 4.8원 오른 1474.0원에 출발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2.7원 내린 1466.5원에 이날 장을 마감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9~1480원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은 전일 대비 4.05원 상승한 1471.90원에 거래됐다.
◆중동 리스크 확대에 환율 상방 압력
환율 상승 배경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꼽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원화 가치 반등을 제약하는 국면"이라며 "서울 외환시장은 국제유가와 중동 관련 뉴스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도 급등락을 반복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호위에 성공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하고 백악관이 이를 부인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유가가 크게 흔들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76달러까지 하락한 뒤 다시 80달러 위로 반등했다.
여기에 이란의 기뢰 설치 소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도 긴장감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뢰가 제거되지 않을 경우 "전례 없는 군사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전일 대비 0.19% 상승한 98.93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환율 상방 압력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긴장과 경계 속에서 환율 하방은 제한적인 반면 상방이 우세한 흐름"이라며 "단기 저항선은 1480원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고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환율이 전쟁 이전 수준인 143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함께 제기된다.
◆금융권, 환율 리스크 대응 나서
이러한 환율 상승세는 금융권 건전성 관리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지주의 핵심 자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회사 자본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 대출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확대되고 이는 CET1 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25~13.79%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2%를 모두 웃돌고 있다. KB금융 13.79%, 하나금융 13.37%, 신한금융 13.33%, 우리금융 12.9%, NH농협금융 12.25% 수준이다. 또한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자 주요 금융그룹들은 회장이나 은행장 주재로 대응 회의를 열고 리스크 점검에 나서는 등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CET1 비율이 가장 높은 KB금융은 투자 손익을 제외한 외화 환산 손익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헤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계열사별 외환 포지션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외환 노출도를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도 CET1 비율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자본 적정성 지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지표를 도입해 자본 효율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실시간 상황을 점검하면서 특이 동향이 발생하면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 주관의 위기관리협의회 또는 은행장 주관의 위기관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거시경제지표 모니터링 체계'를 수립해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도 '환율 수준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긴급 대응 체계를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다만 단기 외화 유동성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중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40% 이상으로 관리되고 있어 금융당국 규제 기준인 8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외화 LCR은 향후 30일 동안 예상되는 외화 순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 보유 비율로 금융사의 단기 외화 유동성 대응 능력을 나타낸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달러 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 크다"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과 자본비율 등 핵심 건전성 지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단기간에 금융사 건전성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상승 폭이 커질 경우 위험가중자산 증가를 통해 CET1 비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환헤지와 외환 포지션 관리 등을 통해 변동성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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