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30 반도체 자립 전략 공식화...한국 ‘수혜·위협’ 공존
||2026.03.12
||2026.03.12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중국이 올해 양회에서 반도체·AI 인프라 구축에 약 1766조원 규모를 배정하며 2030년을 향한 국가 전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기술 자립'을 넘어 '기술 굴기' 완성을 향한 장기전 선언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엔 단기 수요 유지와 중장기 시장 잠식이라는 이중 구조가 동시에 열렸다.
중국은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반도체와 AI를 국가 자본으로 직접 육성하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1조3000억 위안(약 276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하고 전력망·AI 컴퓨팅 인프라에만 7조 위안(약 1490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이다. 서방의 수출 통제에 맞서 '기술 자립'을 넘어 '기술 굴기' 완성을 향한 장기전 태세를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창(李強) 국무원 총리는 전인대 제4차 회의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의 구간으로 제시했다. 미국 추가 수출 통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비한 장기전 포석이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은 "현실성 있는 성장 목표 설정은 정책 여력을 단기 성장보다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다"며 "부동산 경기 부양과 가격 경쟁 중심의 저가 수출은 약해지는 반면, 첨단산업(반도체, AI) 강화에 정책 여력이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번 양회 핵심 사항은 재정 마련이다. 중국은 올해 일반공공예산 지출 규모를 처음으로 30조 위안으로 끌어올리고, 초장기 특별국채 1조3000억 위안과 지방 특별채권 4조4000억 위안을 추가로 편성했다. 이 가운데 8000억 위안은 국가 중대 전략 프로젝트에 직접 배정된다. 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 기간 연구개발(R&D) 지출을 연평균 7% 이상 증액하겠다는 목표도 명시했다.
이미 지난해 중국 전체 사회 R&D 투자가 3조9200억 위안을 넘어 GDP 대비 2.8%에 도달했다. 기초연구 투자도 사상 처음 전체 R&D 지출의 7%를 돌파했다. 이에 대해 대만 중화경제연구원(CIER) 왕궈천 연구위원은 "베이징은 1조3000억 위안의 초장기 국채를 발행하면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돌파구가 마련돼야만 막대한 국가 부채를 상환할 경제적 능력이 창출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집적회로, 항공우주, 바이오의약, 저공경제 등을 묶은 '6대 신흥 지주산업' 육성도 이번 정부업무보고에 명시됐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와 지능형 로봇을 포함한 이 6대 산업을 '10조 위안 규모'의 전략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리러청(李樂成) 공업정보화부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AI·제조업 쌍방향 질주를 힘껏 추진할 것"이라며 "지난해 중국의 AI 핵심 산업 규모는 1조2000억 위안을 넘어섰고 기업은 6200개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양자기술, 구신지능(具身智能·Embodied Intelligence),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6G 등 미래 산업도 병행 육성한다. 이번 5개년계획에서는 디지털 경제 핵심 산업의 부가가치를 GDP 대비 12.5%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도 포함됐다.
◆반도체 내재화 추진·AI 인프라 구축 속도↑..."AI-제조업, 쌍방향 질주"
특히 전력망과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올해만 7조 위안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15차 5개년계획 강요(초안)에는 '컴퓨팅 파워·알고리즘·데이터의 효율적 공급 강화'가 명시됐다. 중국 국무원 기관지인 신화망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 연산 규모는 이미 1590EFLOPS를 넘어섰으며 전 세계 AI 특허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는 딥시크(DeepSeek) 등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의 성공을 국가 주도의 하드웨어 인프라로 뒷받침하려는 의도다.
스마트 공장 504개, 5G 공장 1260개에 달하는 육성 실적도 이번 전인대에서 공개됐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카일 챈 연구원은 이를 "미국산 반도체와 핵심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끊어내려는 좌절감과 시급함에서 비롯된 국가적 자립 추진"이라고 평가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는 "외투 기업들에 시장 개방을 약속하는 동시에, 기반이 되는 인프라와 6대 신흥 산업 생태계는 철저히 중국 내재화로 가두려는 강력한 정책적 의도"라고 짚었다.
이번 중국 양회를 기점으로 한국 반도체 업계는 기로에 서게 됐다. 중국이 AI 컴퓨팅 인프라를 대규모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첨단 메모리 수요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 반면 6대 신흥 지주산업 정책이 속도를 낼 경우 집적회로 자립화가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중장기적으로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혜와 위협이 공존하는 구조다.
관건은 반도체 자립화 속도다. 2030년까지 중국의 집적회로 기술이 어느 단계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계의 대중국 수출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속도는 우리와 다르다"며 "2030년까지 중국 로드맵을 고려하면 한국 반도체 소부장에 남은 전략적 대응 기간은 길지 않다"고 말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