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 근거 부족한 ‘거래소 지분 제한’ [줌인IT]
||2026.03.12
||2026.03.12
“가상자산 거래소의 위상이 강화되고 공신력이 높아지는 만큼 이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검토하게 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 추진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장 규율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당국의 이러한 선택에 시장에선 “왜?”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규정했지만 정작 시장 참여자들은 거래소가 어째서 공공 인프라에 해당하는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 인프라. 사전적 의미로는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해 제공되는 기반 시설이나 서비스 체계다. 자본시장의 혈맥을 책임지는 한국거래소나 민간 자본이지만 나름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시중은행도 공적 책임이 중요하다보니 당국이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들과 동일한 위치에 있을까. 일단 이용자 규모만 보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는 누적 회원수 1326만명으로 적지 않은 고객 층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고객 수 2670만명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당국은 인터넷 은행보다 더 강한 지분 제한을 거래소에 적용하려 한다. 인터넷은행은 최대 34%로 제한하는 반면, 국내 5대 거래소에 20%를 고수한다. 이용자 규모나 공공성 측면에서 더 큰 인터넷 은행보다 강한 규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목적과 규제 수단 사이의 연결고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분을 분산한다고 해서 내부통제가 자동으로 강화되는 게 아니어서다. 최근 발생한 빗썸의 62조원 오지급 사태는 지분 구조가 원인이 아니다. 내부통제와 시스템 관리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더 문제는 이미 운영 중인 거래소에 사후적으로 지분 구조 변경을 요구하는 방식은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회 입법조사처는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 소급입법 금지 원칙 측면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지분 제한 외에도 다른 규제 수단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궁금증은 더 커진다. 시장에서는 다른 감독 방안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내부 통제 강화, 책임 구조 확립 등을 거론한다.
결국 규제에 대한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다 보니 업계 안팎에선 “내부통제 강화나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거래소를 정부가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규제 마련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는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정책 근거 위에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적법하게 취득한 지분을 사후적으로 강제 처분하는 규제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 금융당국에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왜 지분 제한을 하려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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