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시대, 일본 소부장 지배력 커진다
||2026.03.11
||2026.03.11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핵심 소재 시장에서 일본의 지배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극자외선(EUV) 공정 레이어가 늘어날수록 포토레지스트(PR)와 블랭크 마스크 수요도 함께 급증하는데, 이 시장의 90% 이상을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현지 투자업계에서는 자국 기업들을 반도체 생태계 속 '보이지 않는 챔피언(Invisible Champions)'으로 부르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QY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EUV 포토레지스트 시장에서 일본의 도쿄오카공업(TOK), JSR, 신에츠 화학 등 3사의 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EUV 포토레지스트 평균 단가는 갤런당 약 1800달러(약 260만원)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현지 매체인 비전타임스는 이 수치가 95% 이상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블랭크 마스크 시장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포토마스크의 원판인 블랭크 마스크 시장은 일본 호야(HOYA)가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컨덕터 인사이트에 따르면 호야는 결함 없는 다층 코팅 기술을 앞세워 EUV 블랭크 마스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차세대 High-NA EUV용 제품 개발에서도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소재 지배력이 강화되는 배경에는 2나노 공정 전환이 있다. 3나노 대비 2나노 공정에서는 EUV 적용 레이어가 30% 이상 늘어나고, 2027년 1.4나노에서는 30개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레이어가 늘수록 소재 소모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삼성전자, TSMC, 인텔이 사활을 건 초미세 공정 경쟁이 곧 일본 소재 기업들의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다. 두 시장은 단순히 규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이미 가격 결정력을 행사하고 있다. 투자사인 타이거 브로커스 산업 분석에 따르면 일본이 2025년 4월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한 이후 최첨단 EUV 포토레지스트 가격이 15% 이상 올랐다. 인텔 마켓 리서치도 최첨단 노드로 갈수록 특수 화학물질 부족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불안이 커질수록 일본 소재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은 더욱 강화되는 흐름이다.
현지 투자 업계는 자국 기업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최근 일본 반도체 포토마스크 기업 텍센드(Tekscend Photomask)의 1566억엔(약 1조4700억원) 규모 기업공개(IPO)를 분석하며 일본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들을 공급망의 '보이지 않는 챔피언'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텍센드는 2나노 이하 공정에서 약 25%의 포토마스크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6년 2나노 마스크 양산과 2030년 1나노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홍콩 핀테크 기업 푸투(Futu) 역시 신에츠 화학과 JSR 없이는 TSMC조차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며 일본이 반도체 공급망 최상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범용은 국산화, 최첨단은 다시 일본 의존
한국도 대응에 나서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범용 소재 국산화율은 높아졌지만,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다시 일본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의 고도화 속도를 감안하면, 국산화 성과가 뒤따라가는 방식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적용을 목표로 에스앤에스텍의 EUV 블랭크 마스크 평가를 진행 중이다. 에스앤에스텍은 지난해 하반기 용인에 전용 공장을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초기 일부 EUV 라인에 국산 마스크를 적용한 뒤 품질과 수율을 확인하며 점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동진쎄미켐도 국산 EUV 포토레지스트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범용 EUV 공정 수준에 집중된 것으로, 최선단인 High-NA EUV 공정에서는 여전히 일본산 소재 없이는 수율 확보 자체가 어렵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High-NA EUV 도입이 본격화되는 올해 이후 금속 산화물 레지스트(MOR) 수요가 연평균 12.9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 JSR은 지난 2021년 일찌감치 차세대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PR) 스타트업인 미국 인프리아를 인수해 원천 기술을 선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선단 공정에서 소재 주도권을 일본에 내주지 않으려면 결국 선행 R&D 투자 시점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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