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법 지연에도…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물밑 작업 속도
||2026.03.11
||2026.03.11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지만, 은행권은 그 와중에도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제화가 완료되는 즉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 구성과 글로벌 송금 테스트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법제화에 맞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허용 등을 포함한 은행권의 가상자산 활용 관련 감독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금융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의 가상자산 건전성 규제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중심의 감독 체계 정비에 나선 가운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쟁점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면서 일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과반 지분(50%+1주)을 보유한 컨소시엄으로 제한하는 방안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법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지만 은행권은 선제적인 사업 준비 단계에 돌입한 상황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축하거나 이를 활용한 글로벌 송금·결제 테스트를 통해 안정성을 검증하는 등 관련 사업 준비에 나선 상태다.
실제 하나은행의 경우 하나금융을 중심으로 BNK금융·iM금융·SC제일은행·OK저축은행·JB금융 등과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역시 컨소시엄 구성을 놓고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안 통과 시점이 시장 구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모두가 조용히 준비하는 단계”라며 “법안이 구체화되는 순간 은행과 빅테크, 플랫폼 간 합종연횡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핀테크, 가상자산거래소, 블록체인 인프라 등 여러 기업과 협업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기술 검증(PoC) 단계에 들어갔다. 대표적으로 5대 은행 모두 한·일간 스테이블코인 송금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팍스’에 참여하고 있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예치금 확보’다.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기 위해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면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운용 수익을 올리거나 대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국제 송금이나 무역 대금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전이익 역시 잠재적인 수익원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기존 국제 송금에서 사용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망 이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또다른 쟁점인 가상자산거래소 최대주주의 지분 제한 역시 은행 입장에선 놓칠수 없는 이슈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대부분 거래소는 규제 상한을 초과한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은행 등 전통 금융사의 거래소 지분 참여 가능성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향후 전략적 필요에 따라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거래소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할 수 있어 지분 취득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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