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發 폭락장에… 홍콩H ELS 악몽 스멀스멀
||2026.03.11
||2026.03.11
중동 분쟁 사태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35% 이상 하락해야 손실 구간에 진입하지만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역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례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발행된 ELS 규모는 3조740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조9753억원) 대비 25.7% 증가했다. 유형별로 코스피200·S&P500 등 지수형이 2조464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해외주식형 8961억원, 혼합형 2350억원 순이었다. 기초자산별로는 코스피200·S&P500·유로스톡스50·닛케이225·테슬라 등의 순으로 발행금액이 컸다.
ELS는 1~3개 주가지수·개별종목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수익 구조가 정해지는 파생결합증권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약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원금을 보존하면서 연 10%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나 일정 수준 아래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ELS 투자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중 고점과 비교해 9일 기준 코스피200은 17.8% 떨어진 상황이다. ELS 주요 기초자산 중 하나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20.4%, 23.9% 내려갔다. 그나마 테슬라 11.7%, 닛케이225 7.8%, 유로스톡스50 7.8%, S&P500 2.6% 등 하락률로 아직은 안정권이다.
ELS는 크게 ‘녹인(knock-in)형’과 ‘노녹인(no knock-in)형’으로 구분된다. 녹인형은 계약 기간 중 한 번이라도 기초자산 가격이 ‘하한 배리어’(손실 발생 기준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으면 기초자산 가격 하락 폭만큼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노녹인형은 계약 기간 중 가격 흐름과 관계없이 만기 시점의 기초자산 가격을 기준으로 손실 여부를 판단한다.
1~2월 코스피200을 1개 이상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생된 ELS 상품은 1033개로 이 중 녹인형이 770개, 노녹인형은 263개다. 코스피200 기초 녹인형 ELS의 주가 기준 하한선은 대략 50% 안팎이다. 이 보다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녹인형는 하한 배리어가 상품마다 달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통상 65% 수준으로 본다. 만기 시점 기초자산 가격이 35% 이상 하락하면 손실 범위에 들어오는 구조다.
ELS 손실 공포가 드리우는 것은 과거 홍콩 증시 급락으로 관련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서다. 2021년 2월 1만2000대까지 올랐던 홍콩 H지수는 이후 내리막을 타다가 이듬해 10월 4900선까지 급락했다. 얼마 안 가 6000선을 회복했으나 손실을 막긴 역부족이었다. 2020년부터 판매된 H지수 기초 ELS의 손실 규모는 4조6000억원, 손실 계좌는 17만건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 기초 ELS 상품이 손실 구간에 접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중동 사태에 따른 조정장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한국 경제가 치명타를 입어 코스피가 급락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쟁이 3개월 내 종결하면 코스피가 조정 후 분위기 반전을 모색할 수 있으나 6개월 이상 소요되면 원유·곡물 가격 상승 압력 확대로 하락 국면에 들어서고,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면 코스피 조정 폭이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6300포인트에서 50% 내린다면 주가는 3150선이 된다.
다만 최근의 상승장이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 바 빚투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이에 따른 경계감을 늦춰선 안된다는 주문도 나온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파생상품학회 부회장)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그에 따라 신용매수 반대매매가 발생하면 30% 넘게 빠지는 건 금방”이라며 “3년 만기 상품의 경우 3년 뒤 오르면 원금이 보전되긴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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