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술과 균주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해당 기술이 보호해야 하는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다. 정부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지정 해제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국가 핵심기술지정이 과학적·경제적·정책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업계와 전문가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승현 건국대의대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술과 균주가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가핵심기술이란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술이고 이것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있는 것"이라며 "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술과 균주는 해외에서 먼저 개발했고 특허권이 만료돼 누구든 손쉽게 사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영 전북대병원 석좌 교수 역시 "과거에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특이하고, 우리만 생산 가능한 것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개발도상국도 균주를 가지고 생산하고 있어 더ㅊ이상 의미가 없다"고 부연했다.
보툴리눔 톡신에 대해 이미 중첩된 규제가 많아 산업기술보호법의 관리까지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에 따르면 현재 보툴리눔 톡신은 생화학무기법, 대외무역법, 산업기술보호법, 테러방지법, 약사법, 감염병예방법, 가축전염병 예방법 등 6개 부처 7개 법령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이에 기업의 행정적, 시간적 비용이 증가하고 개발과 상업화 속도가 늦어져 바이오 산업의 경제적 편익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시민교육연합이 보툴리눔 톡신 업체 1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9.8%의 업체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제도가 해외 수출 및 시장 개척을 지연시킨다고 답했다. 글로벌 임상시험.허가 절차 진행 시 규제가 부담이 된다는 업체는 23.4%였다. 국가핵심기술 해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 82.4%의 업체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논의에 따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23년부터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해제를 건의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해제 논의에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협회는 해제 요청에 대해 정부 측에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우리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냐, 아니면 발목을 묶고 있는 족쇄냐라는 관점에서 저희는 족쇄라고 판단했다"며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 국가가 왜 계속 지정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소명하고 공익을 가로막는 규제에 관해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측 패널로 참여한 최광준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 과장은 "현재 국가핵심기술에서 불필요한 기술은 지정을 해제할 수 있도록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면서 전분야를 현행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보툴리눔 톡신도 해제 요청이 들어와 해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