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코스피 6% 급락… 환율 1500원 위협
||2026.03.10
||2026.03.10
국내 증시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나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는 6% 가까이 급락하며 패닉 장세를 보였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4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하락 방어에 일조했다. 국제 유가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500원선에 근접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3.00(5.96%) 내린 5251.87에 장을 마감했다. 장 중 급락에도 불구하고 5200선은 가까스로 지켜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6분쯤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5분간 정지)를 발동한 데 이어 지수 하락폭이 8% 이상 확대되자 오전 10시 31분 모든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수가 12.06% 급락했던 지난 4일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수는 거래 재개 이후 매도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낙폭을 일부 줄여 5%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수급별로는 개인이 4조6242억원을 순매수하며 ‘나 홀로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1788억원, 1조5387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것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지난주에 이어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가 다시 발동된 가운데 한 달 내 두 차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라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 우려가 인플레이션 자극과 산업 피해 가능성으로 이어지며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도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81% 내린 17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에는 17만원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전 거래일 대비 8만8000원(9.52%) 하락한 83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 밖에 현대차(-8.32%), LG에너지솔루션(-4.77%), 한화에어로스페이스(-3.17%), 삼성바이오로직스(-3.95%), SK스퀘어(-7.96%) 등 주요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3.97%), 한화시스템(2.39%), 삼성중공업(3.44%) 등 방산·조선 관련 종목은 상승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52.39(4.54%) 내린 1102.28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 역시 오전 10시 31분쯤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시장 전반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5164억원, 49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5441억원을 순매도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1493.0원에 출발해 장중 한때 1499원을 넘어서며 1500원선을 위협받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3월 12일(장중 1500원)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 증시와 원화 가치가 동시에 흔들린 것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에 따른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중동 주요 산유국의 감산 우려가 겹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한국시간 기준 오전 7시 26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이어질지는 이란 새 지도부의 대미 대응 기조와 이에 대한 미국의 군사·외교적 반응에 달려 있다”며 “유가 상승폭과 상승 기간이 이달 말 이후까지 확대되는지 여부가 향후 한국 증시 변동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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