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스케일업] ‘스타트업·IT 특화’ 세움 “AI 시대, 리스크 관리 넘어 선택지 제시해야”
||2026.03.09
||2026.03.09
AI 시대에는 단순히 법률 리스크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 선택을 어떻게 실행할지까지 함께 설계하는 로펌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세움의 정호석 대표변호사는 지난 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법률 서비스의 ‘프로토콜’ 자체가 바뀌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로펌의 역할은 단순한 계약 검토를 넘어 고객의 의사결정과 실행까지 돕는 방향으로 재정의될 것”이라고 했다.
세움은 2012년 설립 이후 스타트업과 IT 기업을 중심으로 자문과 분쟁을 수행해 왔다. 정 대표는 “조직 운영도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학습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설계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거래·협상·분쟁 데이터를 내부 자산으로 축적해 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14년째 스타트업·IT에 집중해 온 세움의 정체성은.
“세움은 스타트업과 IT 기업의 성장 과정에 붙어 자문과 분쟁을 함께 설계해 온 로펌이다. ‘안 된다’는 말로 끝내지 않는다. 리스크를 설명한 뒤 그 리스크를 감당하면서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선택지와 실행 경로를 함께 찾는다. 스타트업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조직인데 많은 법률가는 ‘위험하다’ ‘어렵다’는 답에 머문다. 그 사이에서 고객의 시간과 선택지가 줄어든다. 우리가 말하는 동반자·멘토 역할도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세움이 말하는 ‘데이터 자문’은 뭐가 다른가.
“투자 계약이나 M&A는 건수가 쌓일수록 협상 데이터가 축적된다. 어떤 상대와 거래했을 때 어떤 조항을 양보했고 어떤 조항을 끝까지 지켰는지, 최종적으로 어디에서 합의가 이뤄졌는지가 내부에 남는다. 협상에서는 상대가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 과거 데이터가 있으면 단순 검토를 넘어 전략 자문이 가능해진다. 스톡옵션이나 핵심 조항에서 시장이 받아들이는 범위를 수치와 사례로 설명하고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목표치를 제시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업종이 달라도 성장 단계마다 반복되는 문제가 있다. 투자 규모가 커질 때, 매출이 급증할 때, 인력이 빠르게 늘 때 비슷한 분쟁이 나타난다. 단계별 이슈를 데이터로 정리해 두면 ‘처음 겪는 문제’가 줄고 대응 속도도 빨라진다. 분쟁은 결국 계약 문구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세움이 초기부터 창업자의 의사와 사업 구조가 계약 문구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설계하는 이유다.”
─AI 시대에 로펌의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까.
“AI 확산은 단순한 업무 도구 변화가 아니라 법률 서비스의 전제 자체를 바꾸는 국면이다. 변호사 교육과 결과물 전달 방식, 내부 협업 구조까지 기존 프로토콜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 법률 소비자도 AI로 일정 수준의 정보를 얻는다. 그럴수록 로펌의 경쟁력은 속도와 경험에서 갈린다. 축적된 거래·분쟁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다음 행동’까지 제시해야 가치가 생긴다. 실제로 AI 기업 자문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예컨대 음성 AI 서비스의 데이터 수집 범위와 워터마크 기준이 불명확했던 시기, 해외 입법례와 연구를 검토해 자문했고 이후 정부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방향이 제시됐다.”
─세움의 규모와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바뀌고 있나.
“최근 3년 연속 매출 100억원을 넘겼지만 지난해는 전년보다 다소 줄었다. 상반기까지 스타트업·IT 기업들이 어려웠던 영향이 컸다. 다만 하반기부터 AI 분야를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는 흐름이 보인다. 올해는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변호사는 60명 안팎이고 스태프도 비슷한 규모다.
업무는 과거 자문 중심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 송무를 강화했다. 지금은 자문과 송무 비중이 6 대 4 수준이다. 자문에서 쌓은 산업 이해가 송무에 도움이 되고, 송무에서 드러난 리스크가 다시 자문 체계를 고도화한다.”
─자문과 송무를 ‘원팀’으로 묶으면 어떤 이득이 있나.
“많은 로펌이 자문과 송무를 분리하거나 송무만 따로 운영한다. 세움은 송무 절차는 송무팀이 맡고 사건의 배경지식과 산업 맥락은 자문팀이 함께 붙어 TF 형태로 움직인다. ‘원팀’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절차만 아는 답이 아니라 산업과 거래 구조까지 반영한 실행 가능한 해법이다.
가상자산 사건에서도 이런 방식이 작동했다. 스캠 코인 발행 사기 의혹 사건에서는 허위 고지의 구체적 증거와 설명 책임의 범위를 따져 방어했고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 냈다. 거래소 대표의 시세·거래량 조작 혐의 사건에서도 일부 무죄를 받아냈다.”
─극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세움로켓’은 어떤 역할을 하나.
“극초기에는 법인 설립, 지분 구조, 핵심 계약, 약관 같은 기본 리스크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초기 기업은 비용과 시간이 부족하다. 세움로켓은 누적 투자금액 10억원 이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정액 방식으로 법률·등기·세무 서비스를 묶어 제공한다. 축적된 데이터와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활용해 초기 리걸 리스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움로켓은 로펌 입장에서도 ‘시장 레이더’다. 초기 창업자들의 고민과 기술 흐름을 가까이에서 접하면 어떤 분야가 뜨는지, 어떤 형태의 창업이 늘어나는지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인수에 나서는 대기업이나 펀드에는 어떤 ‘멘토링’이 가능한가.
“요즘은 대기업도 스타트업을 따라잡을 대상이 아니라 협업과 시장 진입의 파트너로 본다. 투자·인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사업의 본질과 성장 전략이 계약 구조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분쟁이 발생하는 지점이나 필요한 통제 장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면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 세움은 스타트업 자문 경험이 많기 때문에 투자자와 인수자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LG전자와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인수 자문에서도 이런 강점이 드러났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방식, 창업자가 실제로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을 놓치기 쉽다. 세움은 스타트업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양측의 언어와 기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 리스크는 어떻게 보고, 무엇을 조언하나.
“가상자산은 사업자 유형, 발행·유통 단계, 기술 구조에 따라 리스크가 달라 단일 기준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산업의 특성을 이해해야 계약서에서 무엇을 명확히 해야 하는지, 분쟁에서 어떤 쟁점을 세워야 하는지가 보인다. 규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금융 규제 흐름을 참고해 어디까지가 지속 가능한 운영인지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출신이다. 공학 전공이 ‘멘토형 자문’에 도움이 된 지점은.
“기술과 사업 구조를 먼저 분해한 뒤 법적 리스크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역으로 추적하는 방식이 스타트업 자문에서 유용하다. 전공이 정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구조화해 접근하는 습관은 지금도 업무에 남아 있다. 기술 기반 사업은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부수인지 정리하지 않으면 계약도 분쟁도 엇나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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