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 전 세계 비료 공급망 붕괴 조짐… 애그플레이션 우려 확산
||2026.03.09
||2026.03.09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상업용 선박 통항이 사실상 막히면서 전 세계 비료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았다. 식량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사태가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했을 당시 벌어졌던 곡물가 급등 사태를 뛰어넘는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 중국은 봄철 파종기를 앞두고 핵심 비료 원료인 유황과 질소 비료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비료는 식량 생산량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요 농자재 수급난이 길어지면 중국 내 곡물 수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당장 비료 원료를 구하지 못한 일부 농가들은 파종 일정을 미루거나 작물 재배 면적을 아예 줄이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고심 중이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유황 재고 부족을 호소하는 중국 내 곳곳에서 비료 원료 구매자들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궈센증권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시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전체 유황 공급량 가운데 4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유황은 식물 생장을 돕는 인산질 비료와 병해충을 막는 농약을 비롯해 기타 여러 필수 화학 제품을 생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원료다.
매년 엄청난 양에 달하는 비료와 농약을 소비하는 중국 농가 입장에서 이번 호르무즈 해협 물류 통제는 치명타다. 중국이 수입하는 유황 물량 절반 이상은 페르시아만 인근 6개 국가에서 온다. 이들 중동 국가에서 중국으로 유황을 국제 화물로 보내려면 지정학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배가 바닷길을 건너지 못하면서 비료 원료를 제때 구하지 못한 중국 내 대형 비료 공장들은 생산 공정 가동률을 낮추거나 아예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시장에 원료 공급이 줄어들면서 중국 내 비료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보 분석 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북반구 지역 주요 파종기가 다가오면서 중국 본토로 인도되는 비료 가격은 지난 1월과 2월 이미 평균 520달러(약 71만 원)를 기록하는 오름세를 기록했다.
앨런 피켓 S&P 비료 연구 부문 전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거진 심각한 해상 물류 차질이 비료 가격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비료 수급이 꼬이면서 영농 비용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급증하면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비료 사용량을 줄인다. 토양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 받지 못한 농작물은 생육 상태가 나빠지고, 결국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유황 외에도 식량 생산을 직접적으로 견인하는 요소 비료 공급망 역시 마비 상태에 빠졌다. 요소는 전 세계 식량 생산량 절반을 지탱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소 비료 원료다. 중동은 세계 최대 비료 생산 거점이다. 그 중에서도 이란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요소 수출국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자재 시장 분석 업체 CRU를 인용해 전 세계 유황 수출 물량 가운데 45%와 주요 비료 원료 수출량 3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몰고 올 물리적 물류 장벽이 전 세계 식량 가격에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충격파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 식량 원자재인 밀이나 옥수수 재배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식료품 가격 전반이 도미노처럼 오르는 물가 급등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라즈 파텔 텍사스대학교 공공정책학 교수는 영국 매체 가디언에 “공급 차질이 계속 이어지면 소비자들은 6주에서 10주 안에 빵 가격 상승을 체감하게 되고, 몇 달 안에 달걀 가격마저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을 목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글로벌 곡물 투기 자본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며 시장 교란을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이달 6일 발표한 보고서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5.3포인트를 기록해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이는 5개월 연속 이어지던 지수 하락세가 꺾이고 다시 뚜렷한 오름세로 돌아섰다. 영국 리즈대학교 소속 팀 벤튼 식량 안보 전문 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영농 비용 부담을 느낀 농민들이 비료 사용을 줄이면서 전반적인 곡물 수확량이 감소하면, 기초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빈곤 국가들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인도주의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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