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만능줄기세포 치료제 승인한 일본… 재생의학 상용화 시대 열려
||2026.03.09
||2026.03.09
일본 규제당국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한 세계 첫 재생의료 치료제를 승인하면서 글로벌 재생의학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실험 단계에 머물던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가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공식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해 개발된 두 가지 재생의료 제품의 제조·판매를 승인했다. 승인된 제품은 중증 심부전 치료제 ‘리하트(ReHeart)’와 파킨슨병 치료제 ‘암체프리(Amchepry)’로, iPSC에서 유래한 세계 최초의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승인은 일본이 재생의료 분야에서 구축해온 규제 특례 제도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두 치료제는 모두 ‘조건부 및 기한부 승인’ 제도 아래 허가를 받았다.
이 제도는 기존 신약 임상시험보다 적은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도 안전성과 초기 효능이 확인되면 우선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시판 후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리하트는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설립된 벤처기업 쿠오립스(Cuorips)가 개발한 중증 심부전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자원자로부터 유래한 iPSC를 심장 근육세포로 분화시켜 만든 세포 조각을 환자의 심장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해당 세포 조각은 최대 1억 개의 세포로 구성된 동전 크기 조직 형태로 제작되며, 허혈성 심근병증 환자의 손상된 심장 기능 회복을 돕는 것이 목표다.
파킨슨병 치료제인 암체프리는 일본 제약사 스미토모 파마(Sumitomo Pharma)가 개발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치료 과정에서는 먼저 자원자의 혈액 세포를 채취해 iPSC로 재프로그래밍한 뒤 이를 도파민 생성 전구세포로 분화시킨다. 이후 신경외과 수술을 통해 환자의 뇌에 이식하면 손실된 도파민 신경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이번 승인 과정에서 사용된 임상 데이터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다. 리하트는 8명, 암체프리는 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향후 기업들은 시판 이후 추가 임상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며, 일정 기간 내에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재검증해 정식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본 규제당국은 치료제 출시 이후에도 장기간 추적 연구를 요구하고 있다. 리하트는 약 7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며, 암체프리는 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평가가 이어진다. 특히 암체프리의 경우 65세 이하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치료제 가격과 보험 적용 여부도 향후 결정될 예정이다. 일본의 재생의료 제품은 통상 승인 후 약 4~5개월 내에 약가가 책정된다. 이에 따라 두 치료제는 빠르면 올해 여름부터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은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 연구팀이 개발했다. 그는 2006년 쥐 세포에서 iPSC를 최초로 만들어내며 줄기세포 연구의 새로운 길을 열었고, 이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해당 기술이 처음 발표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이 재생의학 산업 전반에 상징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iPSC 기반 치료제는 기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약품으로 상용화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세계 최초로 이를 허가하면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경쟁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난치성 질환 치료 영역에서 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심부전과 파킨슨병 모두 기존 치료법으로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만약 iPSC 기반 치료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를 입증한다면 향후 신경질환이나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다양한 퇴행성 질환 치료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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