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세돌·알파고 10년, 한국 AI의 다음 수는 무엇인가
||2026.03.09
||2026.03.09
2016년 3월 9일, 전 세계의 시선이 서울로 향했다. 인간 최고 수준의 바둑 기사였던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역사적인 대국을 시작한 날이다. 다섯 번의 승부 끝에 결과는 4대1, AI의 승리였다. 그러나 이 대국의 의미는 단순한 승패가 아니었다. 그날 이후 인공지능은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실 산업의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AI 산업은 완전히 다른 규모의 생태계로 성장했다. 당시만 해도 게임용 그래픽칩 기업으로 인식되던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 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이제 단순한 컴퓨터 부품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연산 엔진이 됐다.
플랫폼 기업들도 움직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인공지능을 차세대 플랫폼 경쟁의 중심에 올려놓았고, 오픈AI와 같은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통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검색, 업무, 콘텐츠 제작까지 인간의 지적 활동 전반이 AI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AI 산업 구조는 크게 세 축으로 움직인다.
첫 번째는 AI 연산 인프라다. 대형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GPU와 데이터센터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설비가 됐다. 두 번째는 AI 모델 경쟁이다. 거대 언어모델과 생성형 AI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는 AI 플랫폼이다. AI 기술을 서비스와 산업에 연결해 실제 수익을 만드는 영역이다.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들이 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위치는 어디일까.
현실적으로 한국은 AI 모델 경쟁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글로벌 기술 경쟁의 중심에는 미국 빅테크와 일부 신흥 AI 기업들이 서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주목해야 할 영역으로 산업 AI를 꼽는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세계적인 제조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생산 공정과 설계, 물류, 품질 관리 같은 산업 현장에 AI를 결합하는 영역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팩토리, 로봇 자동화, 자율주행, 산업용 데이터 분석 같은 분야가 대표적이다. AI 기술 자체의 패권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해도, AI를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단계에서는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많은 기술 전문가들은 지금을 ‘AI의 1995년’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이 막 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던 시기와 비슷한 초기 단계라는 의미다. 지금의 기술 구도 역시 앞으로 10년 동안 크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10년 전 서울에서 열린 바둑 대국은 인공지능 시대의 시작을 상징했다. 그때 세계가 던졌던 질문은 “AI가 인간을 이길 수 있는가”였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질문을 던질까.
AI가 산업과 경제의 질서를 바꾸는 시대, 한국은 어떤 경쟁력으로 이 흐름에 올라탈 것인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남긴 진짜 질문은 이제 거기에 있다.
이윤정 솔루션부장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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