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원 이상 증권사 3곳 중 1곳 女등기임원 ‘0’
||2026.03.08
||2026.03.08
자산 2조원 이상 증권사 3곳 중 1곳은 여성 등기임원이 1명도 없었다. 미등기 임원까지 합친 이들 증권사 여성 임원 비율은 8% 수준에 불과했다. 이사회 다양성이 기업 제고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증권사 27곳의 등기임원 171명 중 여성은 2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11.7% 수준이다. 전년(10.7%, 18명) 대비 1.1%포인트 개선됐으나 금융지주(작년 3분기 기준 25%) 등 타 업권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 주요 경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경영 대리인이다.
이 가운데 유안타증권·신영증권·DB증권·IBK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LS증권·iM증권·BNK투자증권·케이프투자증권·카카오페이증권 등 10곳은 여성 등기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대형 증권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8곳은 여성 등기임원이 1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내부 승진과 무관한 사외이사가 대부분이었다. 증권사 27곳 여성 등기임원 20명 중 사내이사는 고작 2명이었다. 삼성증권의 박경희 부사장, 토스증권의 윤선화 준법감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내부 인사로만 구성된 미등기 임원을 포함하면 비율은 더 내려간다. 증권사 27곳의 전체 미등기 임원 1164명 중 여성은 94명으로 8.1% 수준에 불과했다. 증권사별로 한투(여성 임원 비율 3.6%)·키움(8.3%)·대신(8.5%)·메리츠(8.7%)·KB(8.8%) 등 20곳이 한 자릿수였다. 작년 말 증권사 여성 직원(1만5078명) 비중이 전체(3만4873명) 43.2%인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컸다.
영업 성과 중심의 업계 문화가 남성 선호 현상을 부추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성과가 확연히 드러나는 프론트 영역(영업 등)에 남자를 주로 배치하고 여자는 미들·백 업무(경영 지원 등)를 맡아 임원 승진에 있어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며 “남자들이 일을 더 잘하는진 모르겠지만 운용 등 대범함이 필요한 업무에 남자를, 꼼꼼하게 회사 살림을 챙기는 일엔 여자를 선호하는 문화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앞세우는 ESG 경영과 어긋난다는 점이다. 여성 임원 문제는 ESG 중 G(거버넌스) 부문에서 이사회의 다양성 항목으로, S(사회) 부문에서 고용 다양성 및 평등 항목으로 평가된다. 증권사들은 이사회 내 ESG 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구성하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며 친환경 투자, 포용 금융, 투명 경영 및 리스크 관리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성 임원 확대에 대해선 무관심한 분위기다. 이사회·경영진 내 성별 다양성이 의사 결정 구조 및 인사 운영 포용성을 드러내는 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ESS 경영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바로 잡아야 할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다. 정부는 2022년 8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 채우지 못하도록 규정했으나 적용 대상을 상장사로 한정했고 규정을 어겨도 제재할 조항이 없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이사회 다양성이 기업가치 제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사지배구조법(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여성 임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금융업은 혁신이 중요한데 다양성을 갖춘 조직은 획일적인 조직보다 협의를 잘하고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며 “소비 선택권의 80%가 여성에게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여성 임원을 선임한 조직이 소비자 니즈와 심리를 파악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사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로 적용받을 수 있는 만큼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와 같이 이사회 내 여성을 20% 선임하도록 하고 사내 여성 인재들이 중간 관리자를 거쳐 경영진·이사회로 들어가는 게 중요하므로 사내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 그러면 롤모델이 돼서 밑에서 보고 크는 후배 직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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