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이어 렌터카까지… ‘車 생애주기 통합’ 승부수
||2026.03.08
||2026.03.08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사업에 이어 렌터카 시장 본격 진출을 예고했다. 완성차를 한 번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회수·재판매·재임대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차량 1대의 생애 주기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제조 중심이던 수익 모델을 ‘운영형’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자동차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장기 운용 자산으로 바라보겠다는 의미다.
8일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자동차 대여 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차가 운영해 온 ‘현대 제네시스 셀렉션’의 운영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휴 렌터카 업체를 통해 운영하던 방식을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구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가 렌터카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자동차 1대를 생산해 신차 판매 대금과 정비 매출이 수익의 대부분이었다. 앞으로는 월 단위 이용료가 추가된다. 계약 종료 후 반납 차량을 자사 인증 중고차로 매각하면 추가 수익도 발생한다. ‘제조→렌트→인증 중고차’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차량 한 대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렌터카 라인업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현대 제네시스 셀렉션’은 일부 차종에 한해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월 구독 기준으로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 등 총 17개 차종이 제공된다. 향후 직접 운영 체제로 전환될 경우 차종 선택 폭은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형·준대형 세단뿐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전 차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렌터카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전기차 라인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둔화된 전기차 수요를 렌터카 채널을 통해 흡수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초기 구매 부담이 높은 전기차 특성상 구독·렌트 방식은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개인·법인 수요를 모두 흡수할 경우 판매 지표 방어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단순 판매 감소를 다른 채널로 보완하는 구조다.
현대차의 렌터카 사업 진출에는 규제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렌터카 사업은 소규모 업체 보호를 위해 지정됐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 기간이 2025년 말 종료됐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던 제도적 장벽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시장 여건이 열리면서 사업 목적을 명문화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두고 현대차가 차량의 전 생애 주기를 직접 관리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판매 이후 단계까지 직접 사업화하는 것은 수익 구조를 다층화하려는 시도”라며 “차를 한 번 팔고 끝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운용과 회수, 재판매까지 통합 관리하는 모델로 전환하려는 신호”라고 말했다.
시장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SK렌터카와 롯데렌터카가 주도하고 다수의 소규모 업체가 뒤따르는 구조다. 여기에 완성차 제조사가 직접 진출할 경우 경쟁 구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는 차량 공급과 유지보수, 잔존가 관리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갖출 수 있어 가격과 운영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렌터카 업계에서는 긴장감도 감지된다. 제조사가 중고차 매각까지 직접 관리할 경우 잔존가 형성 구조가 바뀌고, 이에 따라 렌터카 업계 전반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차량 공급과 가격을 동시에 쥐게 되면 이용 단가 조정에서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기존 사업자들은 규모가 작은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협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보를 두고 제조 중심 시장 질서에 균열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가 출고 이후 단계까지 직접 관리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판매·유통·운영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차량의 전 생애 주기를 통제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차 한 대의 수명을 늘려 장기간 수익을 축적하는 모델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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