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성공한 GC녹십자… 상승세 이어갈 수 있을까
||2026.03.08
||2026.03.08
GC녹십자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체질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백신 중심의 계절성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혈액제제 중심으로 사업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수익 구조 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개선의 상당 부분이 특정 품목에 의존하고 있어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2025년 GC녹십자는 연결 기준 매출 1조9913억원, 영업이익 69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5% 늘었다. 매출 기준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2024년 1.9%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5%로 반등하며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매출 증가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사업 구조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그동안 녹십자는 백신 사업 중심의 계절적 매출 구조를 갖고 있었고, 이 때문에 연말 실적 변동성이 컸다. 독감백신 폐기 충당금과 연구개발(R&D) 비용이 연말에 집중되면서 4분기 적자가 반복되는 패턴이 이어졌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연속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이 기간 누적 적자 규모는 약 956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이 흐름이 처음으로 깨졌다. 4분기 영업이익이 4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1% 미만이지만, 계절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매출 기반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은 면역글로불린(IVIG) 제제 ‘알리글로(ALYGLO)’의 미국 시장 확대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미국에서 약 1억600만달러(약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출시 2년 만에 연매출 1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회사가 제시했던 가이던스를 웃도는 수준이다.
알리글로의 성장은 단순히 새로운 품목 하나가 성공한 것을 넘어 녹십자의 사업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IVIG 제품은 만성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투여되는 특성이 있어 백신보다 수요가 안정적이다. 백신처럼 계절적 변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매출 구조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2025년 혈액제제 매출은 56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며 4분기 기준 혈액제제 매출 비중은 약 29.6%까지 상승했다. 이는 알리글로 미국 판매 이전 20% 초반 수준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녹십자가 혈액제제 사업에 힘을 쏟아온 전략도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회사는 2023년 미국 혈장센터 운영사인 ABO플라즈마를 약 1380억원에 인수하며 원료 혈장 확보부터 국내 생산, 현지 판매까지 이어지는 수직 통합 구조를 구축했다. 혈장 확보는 IVIG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데, 녹십자는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급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러한 사업 구조 변화는 재무 지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녹십자는 공격적인 투자로 차입금이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장·단기 차입금은 2022년 말 4662억원에서 2024년 말 7174억원으로 확대됐고 2025년 상반기에는 1조원 수준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혈장센터 인수, 에스테틱 기업 투자, 오창공장 설비 확충 등 사업 확대에 따른 투자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실적 개선과 함께 재무 안정성 관리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녹십자는 최근 약 2년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에 복귀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 확보와 기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변동금리 단기 차입을 장기 회사채로 전환해 이자 부담을 낮추고 차입 구조를 안정화하려는 전략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녹십자의 2025년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개선을 근거로 신용등급 ‘A+(안정적)’을 유지하면서 향후 영업현금 창출력 확대와 차입금 감소 속도를 주요 관찰 지표로 제시했다. 특히 고마진 제품 매출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향후 EBITDA 마진이 8% 내외 수준까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아직 녹십자의 체질 개선이 완전히 구조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025년 알리글로 매출이 약 1500억원을 기록했지만 전사 영업이익은 691억원에 그쳤다.
알리글로 매출이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즉 특정 제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향후 매출 확대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수익성 개선 흐름이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녹십자의 향후 성장 여부는 알리글로의 글로벌 확장 속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알리글로 매출이 연간 2억~3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본격적인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연구개발 투자와 고정비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수는 혈장 인프라의 효율화다. 혈액제제 사업은 원료 혈장 확보와 생산 효율성이 수익성에 직결되는 구조다. 녹십자가 미국 혈장센터 인수를 통해 공급망을 확보했지만, 실제로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의 지난해 실적은 단기 반등이라기보다 사업 포트폴리오 이동의 시작점에 가깝다”며 “백신 중심의 계절형 사업에서 글로벌 혈액제제 중심 구조로 옮겨가는 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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