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매핑 기술 담은 로봇청소기… DJI ‘로모 P’ 써보니
||2026.03.07
||2026.03.07
로봇청소기 기술에서 가장 까다로운 영역은 장애물 회피와 정확한 위치 인식이다. 작은 물건 하나에도 멈추지 않고 공간을 정밀하게 파악해 스스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먼지 비움이나 걸레 세척 같은 유지관리 자동화 기능까지 더해지면 기술 난도는 한층 높아진다.
드론 제조사 DJI는 이러한 기술적 과제를 바탕으로 하늘에서 검증된 정밀 센서와 자율비행 기술을 실내 바닥 청소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항공 촬영을 위해 고도화해온 위치 추정, 장애물 회피, 공간 인식 기술을 로봇청소기 ‘로모(ROMO) 시리즈’에 적용하면서다.
드론 기술 기반 정밀 매핑… 내부 구조 드러낸 디자인
최근 DJI가 선보인 로모 시리즈 중 최상위 모델인 ‘로모 P’는 지난 2월 처음 공개된 올인원 로봇청소기다. 플래그십 드론에 적용된 정밀 감지 기술과 매핑·내비게이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제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내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본체 상단과 스테이션 전면에 적용된 클리어 패널 덕분에 내부 구성이 그대로 보인다. 먼지통과 물탱크, 주요 관리 포인트가 한눈에 들어와 어느 부분을 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단순한 시각적 차별화를 넘어 설계 완성도를 숨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대부분의 로봇청소기가 복잡한 배선과 부품을 외관 뒤로 숨기는 것과 달리 DJI는 내부 구조를 노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드론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고집적 설계 역량과 정돈된 레이아웃이 전제되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려운 선택이라는 평가다. 배선 처리와 모듈 배치가 깔끔하게 정리된 내부 구성은 일반 가전기기보다는 정밀 기기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전용 앱 ‘DJI 홈(Home)’은 핵심 기능 중심으로 구성됐다. 실시간 청소 경로와 센서 상태, 소모품 관리 알림 등이 표시되며 정수 탱크 물 부족이나 오수 탱크 만수 상태를 사전에 안내한다.
DJI의 기술적 색채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장애물 회피와 주행 완성도다. 로모 P에는 듀얼 어안 비전 센서와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LiDAR)를 결합한 감지 시스템이 탑재됐다. 사용해 보니 얇은 충전 케이블이나 카드, 병뚜껑, 펜, 사탕 등 작은 생활 장애물도 인식해 경로를 수정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작동 중 장애물의 위치가 바뀌어도 이를 다시 인식해 자연스럽게 우회한다. 벽이나 가구에 부딪치며 보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입 전에 멈춰 경로를 재계산하는 움직임에 가깝다. 주행 전반이 충돌 이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측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명이 거의 닿지 않는 침대 아래나 소파 밑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보조 조명을 자동으로 켜 시야를 확보하고, 다중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주변 환경을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의자 다리와 전선, 작은 물체가 뒤섞인 구간에서도 불필요한 접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로모 P의 또 다른 특징은 ‘듀얼 플렉서블 암’ 구조다. 가장자리나 가구 하단을 감지하면 암과 브러시가 상황에 맞게 확장·수축해 구석까지 청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벽면을 따라 이동하다 모서리를 만나면 브러시가 돌출돼 먼지를 끌어모은다.
문지방이나 낮은 턱도 비교적 무난히 넘는다. 카펫 구간에 진입하면 흡입 모드를 자동으로 강화해 먼지를 집중적으로 제거한다. 로모 P는 매핑 과정에서 카펫 위치를 별도로 인식해 물걸레 청소 구역과 구분한다. 이 때문에 카펫 위에서는 물걸레를 피하고 바닥 재질에 맞는 방식으로 청소가 이뤄진다.
장애물 회피 능력 강화…오염도 따라 세정력 조절
로모 P는 최대 2만5000파스칼(Pa) 흡입력과 초당 20리터의 공기 흐름을 갖춘 플래그십급 성능을 갖췄다. 머리카락이나 미세먼지 같은 입자형 이물질을 감지하면 주행 속도와 브러시 회전을 자동으로 조절해 청소 효율을 높인다. 고양이 모래처럼 쉽게 흩날리는 입자를 인식하면 이동 속도를 낮추고 브러시 회전을 조정해 비산을 줄이는 방식이다.
강한 흡입력에도 작동 소음은 설거지 등 일상적인 생활 소음 수준에 가까웠다. 회사 측은 3단계 소음 저감 구조를 적용해 먼지 수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대 80%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듀얼 모터 기반의 이중 엉킴 방지 롤러 브러시는 머리카락 감김을 최소화해 유지 관리 부담을 줄였다.
물걸레 청소는 164밀리리터(㎖) 용량의 내장 물탱크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청소 후반부까지 수분량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회사 측은 소모품 관리 주기를 고려하면 최대 200일까지 별도 관리 없이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오염도에 따라 물 분사량을 조절하는 기능도 갖췄다. 예컨대 기름때가 남기 쉬운 주방 구역을 지정해 세정 강도를 높이는 식이다.
일반적인 로봇청소기가 물기 관리 때문에 비교적 짧은 주기로 도크에 복귀하는 것과 달리, 로모 P는 약 15~20분 정도 연속 청소를 이어가는 편이다. 세정액뿐 아니라 바닥 탈취제를 수납해 패드에 직접 분사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청소를 마치면 스테이션으로 돌아가 먼지 비움과 물걸레 세척, 건조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고압 워터 제트와 하향 압력 기반 세척 구조를 적용해 오염물 제거 효율을 높였다. 약 60℃ 온수로 걸레 패드를 세척해 냄새 발생을 줄이고 기름때 제거 효과도 높였다는 설명이다. 건조 시간은 에너지 절약, 표준, 강함 등 세 가지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최근 ‘DJI Home’ 앱과 관련해 일부 매체에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DJI는 두 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문제를 수정했다. 회사측은 패치는 자동 적용돼 사용자가 별도로 조치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을 통해 제보된 사안으로, 내부 보안 통제 절차를 재점검하고 제3자 보안 인증 확대 등을 포함한 보안 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모 시리즈 가격은 ▲로모 P 164만9000원 ▲로모 A 152만원 ▲로모 S 135만원이다. 플래그십 로봇청소기와 유사한 가격대다.
로모 P는 단순히 흡입력을 앞세운 제품이라기보다 공간 인식과 주행 지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모델에 가깝다. 드론 매핑과 내비게이션 기술에서 축적된 DJI의 기술 자산이 생활가전 영역으로 확장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로모 P의 시장 반응은 DJI의 로보틱스 사업 확장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