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변수에 빨라지는 CJ 4세 승계
||2026.03.05
||2026.03.05
CJ그룹 오너가 4세인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과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올해 경영 행보를 본격화한 가운데, CJ올리브영이 향후 그룹 승계 구도에 영향을 줄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룹 내 핵심 캐시카우인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자사주 소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는 시점이 CJ그룹 4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CJ 자사주 소각 시 이선호 지분율 상승
CJ그룹은 지난 2월 25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원칙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현재까지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다수 기업들이 정부 기조에 맞춰 선제적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것과 달리 CJ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일정 유예기간 내 소각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계속 보유하려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자사주는 의결권과 배당권 등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 같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원칙이 적용될 경우 CJ가 보유한 자사주 7.3%와 CJ올리브영이 보유한 22.6%의 자사주도 향후 처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CJ올리브영은 과거 2대 주주였던 글랜우드PE 등 외부 투자자의 지분을 회사가 되사들이면서 자사주 비중이 22.6%까지 늘어났다.
현재 CJ올리브영의 주주 구성은 CJ가 51.2%로 최대주주이며, 자사주 22.6%,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그룹장이 11.04%, 장녀인 이경후 실장이 4.21%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의 경우 즉시 소각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개정법 시행 이후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이 부여되고 이후 1년의 소각 기한이 주어지는 만큼 약 1년 6개월가량의 판단 기간이 생긴다.
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대규모 자사주가 향후 승계·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사주를 법안에 따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자동 상승하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이 보유한 자사주가 전량 소각될 경우 이선호 그룹장의 지분율은 현재 11%대에서 약 14%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CJ그룹 입장에서는 법 준수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오너 4세의 지배력을 별도의 비용 투입 없이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승계의 핵심 축으로는 CJ올리브영이 꼽힌다. CJ제일제당이나 CJ ENM 등 주요 계열사들이 글로벌 투자 확대와 업황 부진 등으로 현금 여력이 제한적인 반면, 올리브영은 국내 건강·뷰티(H&B)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CJ올리브영의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대비 148억원 증가한 약 5051억원이다. 이익잉여금은 약 1조2175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초 추진해온 기업공개(IPO)보다는 향후 CJ올리브영과 지주사 CJ 간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올리브영 주주들은 합병 비율에 따라 지주사 CJ의 신주를 교환받게 된다. 자사주 소각으로 이선호 그룹장의 올리브영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합병 과정에서 확보하게 될 CJ 지주사 지분도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다. 결국 CJ올리브영 가치 확대와 자사주 소각이 맞물릴 경우 지주사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올리브영 기업가치 상승이 관건
CJ올리브영은 본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약 1100평 규모의 첫 현지 물류 거점인 ‘미국 서부센터’를 구축했다. 향후 물동량 확대에 맞춰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동부 지역 추가 거점을 확보해 북미 전역을 아우르는 다거점 물류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오프라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오는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1호 매장을 열고 연내 로스앤젤레스(LA) 등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8월부터는 세계 최대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와 파트너십을 맺고 온·오프라인 채널에 ‘K뷰티존’을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 H&B 시장 독주에 더해 북미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유통망 확대에 나선 것은 단순 매출 확대를 넘어 기업가치 제고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해석된다.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향후 지주사 CJ와의 합병 시 교환비율 산정에서 유리해질 수 있고 이는 곧 승계 안정성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대기업의 자사주 소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승계 과정에서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기업들에도 하나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리브영의 글로벌 투자 확대 역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개편이나 승계 구상과 맞물린 큰 그림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이재현 회장의 지분을 4세가 승계하려면 결국 지주사 CJ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CJ와 올리브영의 합병이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최근 K뷰티 수요 확대로 올리브영 기업가치가 지주사 CJ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사업 확대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볼 수 있다. 여러 변수들이 정리된다면 올해 하반기쯤 합병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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