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설탕 부담금, 증세 아니냐는 논란 벗으려면
||2026.03.05
||2026.03.05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린 한 줄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대통령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올린 글은 현재 조회수 215만 회에 댓글 800여 개가 달렸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는 댓글 창은 이 제안이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회에서는 가당 음료 100L당 당 함량에 따라 최대 2만8000원의 부담금을 매기는 누진적 체계의 개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다.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이른바 ‘설탕세’ 도입이 정책 의제로 부상한 것이다.
설탕세가 등장한 명분은 견고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비만율은 2024년 기준 38.1%로, 2014년(30.9%)과 비교해 23% 높아졌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같은 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57.2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인 50g을 넘어섰다.
설탕이 든 음료를 많이 마시면 장기적으로 비만·당뇨 같은 질병 위험이 커지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부담한다.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 사례도 도입론에 힘을 보탠다. 설탕세를 시행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100개국을 넘는다. 제도 시행 이후 음료 제조사들이 설탕 함량을 낮춘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중 음료의 평균 당 함량이 많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설탕세가 단순히 소비를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설계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설탕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가당 음료 소비가 줄었다는 연구는 있지만, 이것이 비만이나 당뇨 같은 건강 지표의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비만은 설탕 섭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제 탄수화물 섭취, 초가공식품 소비, 운동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설탕만을 겨냥한 세금 정책의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설탕세가 유효한 정책이 되려면 부담금을 얼마나 매길지 정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어떤 식품이 세금을 물릴 만큼 해로운지 가려내는 과학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당 함량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음료와 가공식품 가운데 어디까지를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인지, 자연적으로 당이 포함된 식품과 첨가당 식품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등 정책 설계 단계에서 풀어야 할 논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과세 대상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 없이 부담금부터 강조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건강 정책이 아니라 증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과 음료에 적용되는 건강 관련 세금을 거두기에 앞서 식품의 영양 성분을 토대로 가치를 평가하는 ‘영양 프로파일링(Nutrition Profiling)’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과세 대상을 명확히 정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세의 근거가 되는 영양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8년까지 가공식품 영양표시를 전면 의무화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단순히 함량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민이 식품의 유해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적은 셈이다.
해외에서도 건강을 이유로 도입된 식품 관련 세금이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덴마크는 2011년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에 세금을 부과했지만, 식품 가격 상승과 산업 반발이 이어지면서 불과 1년 만에 폐지했다. 반면 성공 사례로 꼽히는 영국은 설탕세 도입을 결정한 뒤 기업들에게 레시피를 수정할 2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확보한 결과, 시중 음료의 당 함량이 47%나 줄어드는 실효를 거뒀다. 얼마를 걷느냐가 아니라 시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했느냐가 성패를 가른 셈이다.
설탕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해법은 과학적 기준과 정교한 설계 위에 세워져야 설탕세가 비로소 증세 논란을 벗고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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