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공들인 네이버, 이란 전쟁에 주춤하나
||2026.03.05
||2026.03.05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네이버의 중동 공략에 변수가 커졌다. 네이버가 합작법인을 세우며 진출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중동 국가는 군사·안보 경보를 상향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을 전면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외교부가 4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7개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일부 지역에는 출국 권고까지 내린 데 따른 조치다.
네이버가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사업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1억달러 규모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사업을 수주해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도시·건물·인프라를 컴퓨터 안에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이다.
해당 사업을 위해 네이버는 ‘네이버 아라비아’와 ‘네이버 이노베이션’도 설립했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아랍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생태계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동은 네이버가 글로벌 사업을 위해 지정한 세 곳의 전략 거점 중 하나다. 네이버는 지난해 전략사업부문(중동)·전략투자부문(북미)·테크비즈니스부문(유럽)을 신설했다. 중동을 담당하는 전략사업부문은 네이버 대외·ESG 정책대표를 역임한 채선주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해 파트너십 강화를 논의했다.
또 중동은 네이버가 B2B 사업 전략으로 내세운 ‘소버린 AI(기술주권)’ 수요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소버린 AI란 각국이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AI를 직접 구축·운영하려는 흐름을 말한다.
문제는 전쟁의 불똥이 IT 인프라까지 튀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시각 2일 UAE와 바레인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시 마비됐다. 군사 충돌이 디지털 인프라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충돌이 네이버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분쟁이 3개월까지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IT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IDC는 중동 각국이 디지털 주권 강화를 위해 자국 인프라와 분산형 클라우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봤다. 네이버의 핵심 전략인 ‘기술주권 강화’ 수요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장석 가천대학교 교수는 “이번 UAE AWS 데이터센터 공격이 소버린 AI 논의에 엄청난 기폭제가 될 것이다”라며 “기존에는 ‘혹시 모르니 자국 인프라를 갖자’였다면 이제는 ‘반드시 자국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바뀔 수 있어 네이버 입장에선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위기가 시장을 열어주는 것은 맞지만 네이버가 그 시장을 실제로 잡는 건 또 다른 문제다”라며 “네이버가 얼마나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지가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무력 충돌이 발생한 지역은 아니지만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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