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요일’ 코스피 폭락했지만...증권가 "단기 과열 해소, 우상향 이상 없다"
||2026.03.04
||2026.03.04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국내 증시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여파로 장중 12% 넘게 폭락하며 종전 9·11 테러 당시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하락률을 경신했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와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으로 판단하며 중장기적인 우상향 추세가 유효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증시 충격은 최근 지수 급등에 따른 과열 해소 과정의 성격이 짙다는 것.
4일 코스피는 전날 7.24% 폭락에 이어 이틀 연속 기록적인 폭락 장세를 연출하며 시장에 극심한 공포를 안겼다.
이날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쏟아지며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장중 8% 이상 하락세가 1분 이상 지속되면서 주식 거래를 20분간 전면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까지 연이어 발동됐다.
특히 낮 12시44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장중 무려 732.46포인트(12.65%) 급락한 5059.45까지 밀리면서 과거 역대 1위 하락 기록이었던 9·11 테러 당시의 하락률(-12.0%)을 제치고 사상 최고 하락 기록을 새로 썼다.
같은 시각 코스닥 역시 장중 14% 넘게 폭락하는 등 무차별적인 투매가 이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에 달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달러(약 1500원)를 돌파했다.
이 같은 전례 없는 증시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및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에 따른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급격한 확산이다.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시장을 덮쳤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닛케이 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 역시 일제히 동반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부 환경이 급변하자 전 세계에서 유동성과 환금성이 가장 뛰어난 한국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현금화하려는 전략을 최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분석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이 중동 전쟁이 전면 무력 충돌이나 지상군 투입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을 가정해 급락을 맞았지만 정작 미국 나스닥 선물은 -0.6%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7%대 상승에 그치고 있다"며 "이를 미뤄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과거 중동 전쟁이나 북한의 무력 도발 등 대형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글로벌 증시는 대체로 단기 급락 후 빠르게 반등하며 전고점을 회복했던 학습 효과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과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코스피지수는 6개월에 걸쳐 누적 20%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번 폭락은 단 2거래일 만에 약 19%대의 폭락을 기록했다.
이는 현시점에서 예상 가능한 악재를 극도로 짧은 시간에 거의 다 반영한 비이성적인 속도의 주가 급락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전쟁 양상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간이며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회복 탄력성을 곧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이번 증시 급락이 이란 사태라는 외부 충격을 방아쇠로 삼았을 뿐, 본질적으로는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6000선을 돌파하는 급등 국면에서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과열 해소 및 건강한 조정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강세장에서는 큰 조정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라며 "현재 증시는 이란 사태로 급락하고 있지만 이러한 외부 변수가 아니었어도 3~5월 전후의 2분기는 원래 리스크와 조정에 취약한 시기였다"고 짚었다.
오히려 이번 폭락으로 인해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코스피 5050선 기준으로 계산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0배 초반까지 내려왔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6.3배) 다음으로 낮은 최저 수준이며 역사적 평균 바닥 레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가장 핵심적인 펀더멘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업종의 폭발적인 실적 모멘텀과 글로벌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에 대한 확고한 신뢰다.
한국의 주력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밸류체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예상되는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흔들림 없이 지속적인 상향 조정을 거치고 있다.
또 코스피 6000선 상단 국면에서 꾸준히 누적된 풍부한 시중 대기자금과 정부의 강력한 증시 활성화 정책은 폭락 장세에서도 시장의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하는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투자를 위한 직접적인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최근 111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와 함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금융상품 형태의 대기성 자금 역시 10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쌓여 있다.
아울러 정부와 금융당국이 일관되게 추진 중인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도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밸류에이션 할인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주주 환원율 제고를 위한 정책적 지원 논의가 시장의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며 외국인 자금의 구조적 이탈을 막고 있다.
한지영 연구원은 "코스피가 구조적으로 4000선 이하로 다운되기 위해서는 코스피 랠리의 동력인 기업들의 이익 개선 전망 자체가 완전히 훼손돼야 하지만 그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은 공포의 절정을 지나는 구간이므로 투매 동참 등 섣부른 매도 의사 결정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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