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신뢰’ 넘어 '검증'의 시대로… 진화하는 준비금 증명(PoR)
||2026.03.04
||2026.03.04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단순한 거래 편의성을 넘어 '자산 보관의 투명성과 안전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화 거래소(CEX)의 내부 장부와 실제 온체인 자산 간의 일치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고자 하는 시장의 니즈가 커진 것이다. 내 자산이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는지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요구는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된 해답이 바로 '준비금 증명(PoR, Proof of Reserves)'이다. 2022년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된 PoR은 거래소가 사용자 예치 자산을 1대1 비율로 실제 보유하고 있는지를 기술적으로 입증하는 체계다. 핵심은 거래소의 자체적인 발표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암호학적 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자산을 확인하는 '검증'의 영역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현재 개별 잔액을 해시로 결합하는 머클 트리부터 구체적인 데이터 노출 없이도 자산 보유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영지식 증명(zk-SNARK, zk-STARK) 방식 등이 글로벌 거래소중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올해 2월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투명성 확보 현황을 살펴보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뢰도를 높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주로 규제 프레임워크에 맞춰 외부 회계법인의 정기 감사를 통해 자산 건전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선도 거래소들은 공시 주기를 단축하고 기술 기반의 직접 검증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추세다. 크라켄(Kraken)은 2014년부터 독립 회계감사와 머클 트리를 결합한 방식을 선제 도입해 감사 기준 100% 의 자산 보유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2022년 11월부터 암호학적 검증을 본격화한 바이낸스(Binance)와 OKX는 사용자가 머클 조회 등을 통해 직접 자산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투명성 경쟁을 이끌고 있다. 바이낸스는 머클 트리와 zk-SNARK를 병행 도입해 현재 39차 보고서 기준 비트코인 100.06% 커버리지를 기록했다. 나아가 OKX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특화된 zk-STARK 영지식 증명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사용자가 온체인 상에서 직접 검증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매월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발행해 현재 40차에 이르렀으며, 비트코인 106%, 이더리움 103%, 테더 109% 등 22개 이상의 자산에 대해 총 277억 달러 규모의 온체인 초과 준비금 비율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PoR 도입과 더불어 철저한 내부 통제 및 운영 리스크 관리가 거래소의 필수 역량이라고 입을 모은다. PoR이 자산의 존재를 증명하는 지표라면 내부 통제는 안전한 거래 환경을 유지하는 든든한 기반이다. 자금 이동 시 전용 워크플로우를 거치고 내부 원장 실시간 대조 및 24시간 거래 패턴 감시 엔진을 가동하는 등 다층적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규제가 고도화되는 가운데, 자율적으로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구축하려는 거래소들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기술적 검증 가능성과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시장 신뢰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투자자 역시 정기적인 공시 현황과 보안 시스템을 꼼꼼히 살펴보며 건강한 투자 환경을 스스로 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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