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의존 끝낸 AI···웨이브, 런던 접수하고 현대차 ‘모셔널’ 텃밭 넘보나
||2026.03.04
||2026.03.04
영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웨이브(Wayve)가 12억 달러(약 1.7조원)라는 기록적인 투자 유치와 함께 런던 도심으로의 로보택시 진출을 선언했다.
고정밀 지도(HD Map) 없이 카메라와 인공지능(AI)만으로 주행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기술을 앞세워 본격적인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이번 발표는 고정밀 지도와 라이다(LiDAR, 빛을 이용한 레이더)에 의존해온 기존 자율주행 패러다임의 종언을 알리는 기술적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정밀 지도가 구축된 특정 구역에서만 완전 무인 주행이 가능한 현대차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 등의 방식과 달리, 웨이브의 AI는 데이터만 있다면 어느 도시든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췄다.
이러한 범용성은 모셔널이 진입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넘어 글로벌 시장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변수로 부상 중이다.
4일 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웨이브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12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D 투자 유치를 발표했으며, 상반기 안에 런던 전역에서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웨이브의 핵심은 엔드투엔드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수만 가지 교통 규칙을 코딩(Coding, 개발자가 자동차에게 명령문 입력)하거나 상세 지도를 입력하는 대신, AI가 카메라 영상을 보고 인간처럼 상황을 판단한다.
좁은 도로와 복잡한 교차로, 변덕스러운 날씨로 악명 높은 런던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증명할 경우 웨이브는 지도를 새로 그릴 필요 없이 전 세계 어느 도시든 즉시 진출할 수 있는 압도적인 확장성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특정 지역의 고정밀 지도를 제작한 뒤 그 안에서만 완전 자율주행(레벨 4 이상)이 가능한 현대차 모셔널이나 구글 웨이모(Waymo)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점이다.
모셔널과 웨이모는 수만 가지의 인간 언어 규칙을 코딩하는 방식으로, 기존 학습된 규칙을 벗어나는 돌발 상황 시에는 급정거를 하거나 시스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웨이브는 규칙 대신 수천 시간의 실제 운전 영상을 AI에게 보여주며 학습시킨다. 인간이 도로 경험을 쌓으며 운전 감각을 익히듯 AI가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판단토록 한다.
모셔널·웨이모가 ‘완벽하게 아는 길을 안전하게 간다’라면, 웨이브는 ‘처음 가는 길도 눈치껏 잘 가는’ 형태다.
업계는 웨이브의 든든한 우군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소프트뱅크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우버가 참여했다. 특히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우버는 웨이브의 기술을 자사 플랫폼에 탑재하기로 하며 3억 달러의 추가 투자까지 약속했다.
웨이브의 대규모 투자 유치와 런던 진출 선언은 연내 라스베이거스 상용화를 앞둔 모셔널에 기술적 긴장감과 시장 주도권 확보 측면에서 상당한 압박을 줄 것이라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만약 웨이브가 런던의 복잡한 도로를 사고 없이 누빈다면, 모셔널의 고정밀 지도 기반 방식은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현대차로선 서비스 영토 확장 속도에서 웨이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형적 한계를 극복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AI 거물들이 웨이브의 뒤를 받치고 있기에 기술 표준에 대한 주도권 상실 우려는 짙어진 흐름이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전용 반도체(GPU) 분야의 절대 강자이고, MS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학습용 클라우드를 가졌다.
엔비디아(반도체)와 MS(클라우드), 웨이브(AI 소프트웨어), 우버(배차 서비스)로 이어진 플랫폼 연합군이 방대한 데이터를 흡수하며 학습 속도를 높일수록 ‘지도 없는 AI 방식’이 자율주행의 글로벌 표준으로 굳어지며 모셔널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 모셔널은 웨이브나 테슬라처럼 모든 것을 AI에 맡기는 방식보단 기존의 안전 장치와 AI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형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소프트웨어가 AI 기반으로 진화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기계적 안전장치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AI 학습 결과에 따른 불가항력이었다는 논리는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차에게 면죄부가 될 수 없고, 법적·도덕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확실히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제 가능한 안전장치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접근이다.
웨이브와 테슬라가 사고를 내지 않을 만큼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안전장치라고 여기는 반면, 모셔널은 AI의 실수에 대비해 빗장을 걸어두는 체계를 지향한다.
웨이브와 같은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거센 추격에도 불구하고 모셔널은 데이터 확보 속도 면에서 아직 우위에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의 양산차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전 세계 곳곳의 도로 상황, 사고 시나리오, 기상 변화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대 데이터 수집망을 보유하고 있다.
직접 차량을 제조하지 않아 테스트 차량 운영에 한계가 있는 웨이브와 달리, 매년 수백만 대의 신차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현대차는 자율주행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압도적으로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웨이브가 런던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모셔널의 안방인 라스베이거스로 진격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실제 웨이브는 지난 1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기간 중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전 학습이나 지도 없이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증명한 바 있다. 또한 우버와 손잡고 전 세계 10개 이상의 도시에 로보택시를 확산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이미 우버의 인프라가 탄탄한 라스베이거스는 가장 유력한 차기 공략지로 꼽힌다.
라스베이거스는 모셔널뿐 아니라 웨이모, 아마존 자율주행차 개발업체 죽스(Zoox)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격전지다.
‘우버-웨이브’ 동맹이 강화될 경우 미국 내 모셔널의 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우버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웨이브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타사의 차량에 배차 우선권을 주거나 더 저렴한 요금을 책정한다면 현대차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국내 자율주행 분야 한 관계자는 “올해 말 예정된 모셔널의 라스베이거스 무인 서비스가 얼마나 완벽하게 운영되는지, 또 현대차가 웨이브와 같은 외부 AI 전문 업체들과 손잡는 유연한 전략을 취할 수 있을지가 향후 10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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