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의지 역행하는 카드사… “고신용자 대출금리 낮춰 드려요”
||2026.03.04
||2026.03.04
카드사들이 고신용자 대상 카드론 금리를 낮추며 영업 전략 조정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고신용자 대출금리를 높여 저신용자 이자부담을 낮춰 주자"고 했지만 '제 코가 석자'라며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금리는 회사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인 가운데, 일부에선 법정 상한선까지 올리기도 했다. 규제 환경 변화와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자 연체 위험이 적은 우량 차주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의 지난 1월 신용점수 800점 초과 고신용자 대상 카드론 금리 밴드는 8.27~12.86%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상단 금리는 0.8%포인트, 하단 금리는 1.2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전업카드사 7곳 모두 900점 이상 고신용자 구간 금리를 대폭 인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구간에서 카드론 금리를 가장 크게 내린 곳은 KB국민카드였다. KB국민카드는 2025년 1월 11.52%에서 2026년 1월 9.79%로 1년 새 1.73%포인트 낮췄다.
이어 하나카드가 12.79%에서 11.35%로 1.44%포인트, 현대카드가 11.83%에서 10.43%로 1.40%포인트, 신한카드가 11.28%에서 10.26%로 1.02%포인트, 우리카드가 9.07%에서 8.27%로 0.80%포인트 인하했다. 롯데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0.24%포인트씩 내렸다.
반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취약차주 구간은 카드사별 편차가 뚜렷했다. 같은 기간 전업카드사 7곳의 600점 이하 금리 밴드는 17.92~19.9%로 집계됐다. 하단 금리는 0.48%포인트 낮아졌지만 상단 금리는 0.06%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600점 이하 금리를 인하한 곳은 ▲신한카드 ▲ 우리카드 ▲ KB국민카드 등 일부에 그쳤다. 현대카드는 19.27%에서 19.9%로, 삼성카드는 18.94%에서 19.49%로 인상하는 등 카드사별 편차가 뚜렷했다. 고신용자 구간은 일제히 내렸지만 저신용자 구간은 위험 선호와 내부 한도 운용에 따라 대응이 갈렸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은 "(저신용자들이) 15%대의 이자를 내고 500만원, 1000만원을 빌리면 빚을 못 갚을 확률이 높고 신용불량으로 전락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금융사가 초우대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돈을 많이 빌려주는데 0.1%만이라도 부담을 더 시켜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좀 싸게 빌려주면 안되냐"고 한 바 있다.
카드론 잔액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에서 한동안 줄었다. 지난해 5월 42조6571억원에서 9월 41조8375억원까지 감소했다. 다만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구조적으로 크게 줄이기 어려운 여건이 겹치며 최근 잔액은 다시 반등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42조5850억원으로 전월 말 42조3292억원 대비 0.6% 증가했다.
결제 수익 확대가 쉽지 않은 구조에서 카드사들이 이익 방어를 위해 대출 자산을 일정 수준 유지하려는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여기에 카드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 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도 주요 요인이 됐다. 그간 대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카드론도 차주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에 반영되면서, 차주별 한도가 줄고 카드사 입장에서도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카드사 입장에선 제한된 취급 여력 안에서 연체 위험을 낮추려면 우량 차주 비중을 키우는 쪽으로 정책이 기울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카드사들은 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고신용자 대상 카드론 금리를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3년물 여전채 AA+ 금리는 3.57%다. 전년 동기 3.03% 대비 0.54%포인트 상승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고신용자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취급하고 사실상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며 “저신용자일수록 대부업이나 3금융권으로 밀려나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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