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국장에 ETF 희비… 해외 강자 미래에셋, 점유율 주춤
||2026.03.04
||2026.03.04
연초 코스피 ‘불장’과 함께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자산운용사 간 희비가 엇갈렸다. 국내 대표지수·테마형 상품을 앞세운 운용사는 점유율을 끌어올린 반면, 해외 주식형 ETF에 강점을 둔 운용사는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해외 주식형 ETF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이 다소 떨어지면서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 격차가 벌어졌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387조64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5일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80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자산군별로 보면 국내 주식형 ETF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은 169조4953억원으로, 해외 주식형(102조5973억원)보다 65조원 이상 자금이 몰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당시에는 ‘매그니피센트7(M7)’ 종목을 중심으로 한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해외 주식형 ETF 순자산(53조4005억원)이 국내 주식형(42조9436억원)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반도체·2차전지·방산 등 국내 주도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등 코스피가 고공행진하면서 자금 흐름이 국내 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 ETF의 시가총액 비중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올해는 증가로 바뀌었다”며 “특히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ETF를 세부적인 분류별로 나눠서 보면 주식 테마형 ETF와 시장 대표형 주식 ETF 시총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내 주식형 ETF에 자금이 쏠리면서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대표 지수형 ETF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은 지난해 말 113조5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157조4883억원으로 40조원 이상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38.2%에서 41.02%로 상승하며 1년 11개월 만에 다시 40%대를 회복했다.
개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에서도 삼성자산운용의 강세가 확인된다. 올해 개인 순유입 상위 ETF 10개 종목 가운데 6개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상품이다. KODEX 코스닥150(3조392억원)과 KODEX 200(1조9812억원)이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1조4935억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1조394억원)이 3위, 5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KODEX 미국S&P500이 8·9위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에 직접적으로 베팅할 수 있는 대표 지수형·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해외 주식형 ETF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은 같은 기간 97조4000억원에서 121조9631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32.8%에서 31.76%로 1%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1위 삼성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는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국내 증시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 TIGER 미국·글로벌 ETF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개인 순유입 상위 ETF 10개 종목 가운데 미래에셋의 TIGER 상품은 4개에 그쳤다. 1~3위는 KODEX에 자리를 내줬고 TIGER 반도체 TOP10이 1조2604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이어 TIGER 미국 S&P500이 5위, TIGER 코스닥 150 7위, TIGER 200 10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은 지난달 말 기준 30조486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 말 20조원을 넘어선 이후 약 5개월 만에 10조원 넘게 순자산이 증가했다. 금·지수형 ETF가 증가를 견인하면서 점유율 3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중소형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국내 주식형 ETF 라인업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성적이 갈렸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7조9000억원 수준이던 ETF 순자산이 지난달 말 11조4412억원으로 3조원 이상 증가했다. 방산과 고배당 전략을 양대 축으로 한 PLUS ETF 시리즈가 자금 유입을 이끌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안정적 현금흐름을 추구하는 투자 수요가 고배당 ETF로 몰린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키움자산운용도 성장 흐름에 올라탔다. 지난해 10월 ETF 순자산 5조원을 돌파한 이후 약 4개월 만인 지난달 말 6조1181억원을 기록해 1조원 이상 늘었다. KIWOOM 200TR, KIWOOM 200 등 대표지수형 상품이 코스피 상승의 수혜를 받으며 자산이 확대됐다.
NH아문디운용도 지난해 말(3조4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5조1718억원으로 순자산이 약 1조7000억원 확대됐다. NH아문디운용은 ETF 90% 이상을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부 운용사들은 2차전지·인공지능(AI)·방산 등 테마형 ETF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TF 시장이 기초자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인 만큼 국내·해외 비중에 따라 성과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은 결국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운용사 성과가 갈리는데, 올해처럼 국내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 대표 지수형 상품을 많이 보유한 운용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주식형 비중이 높은 운용사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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