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96명 해고…필수인력 70여 명만 남아 CEO·CTO 등 경영진 줄퇴사 이어 직원 감축 2021년 미래 항공 모빌리티 사업 위해 출범 2.3조 투입했지만 4년 동안 1.7조 적자 수렁 미래항공 대신 수소·로보틱스·자율주행 집중 현대차 “장기적 관점서 성공 위한 기반 마련” 슈퍼널이 CES 2024에서 공개한 항공 모빌리티 ‘S-A2’의 실물. 서울경제DB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미래항공교통(A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이 최근 직원 80%를 해고했다.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C레벨 임원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직원 대량 해고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수소와 로보틱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현대차(005380)그룹이 미래항공 사업에서 힘을 빼는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슈퍼널은 최근 전체 인력 380여 명 중 78%에 해당하는 296명을 해고했다. 회사는 필수 인력 70~80명만 유지하게 됐다.
이번 직원 대량 해고는 지난해 경영진의 줄퇴사와 맞물린 조치다. 앞서 지난해 8월 AAM 사업을 총괄하던 신재원 사장이 회사를 떠났고 기술개발을 책임지던 데이비드 맥브라이드 최고기술책임자(CTO), 송재용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C레벨급 인사들이 줄줄이 퇴사했다. 올해 1월에는 천익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슈퍼널을 떠나 현대차그룹의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재무 총괄 직무로 이동했다.
슈퍼널은 2021년 현대차그룹 내 현대차(44.44%), 현대모비스(012330)(33.33%), 기아(000270)(22.22%)가 AAM 시장 선점을 위해 출자해 미국에 설립한 독립 법인이다. 전기로 구동되는 수직이착륙기(eVTOL) 개발을 통해 2028년 미국 내 상용 항공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해왔다. 2년 전 CES 2024에서는 차세대 기체인 ‘S-A2’의 실물을 공개하며 모빌리티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슈퍼널이 직원 80%를 해고하는 강수를 둔 것은 현대차그룹이 미래 항공사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슈퍼널에 2조 3234억 원의 자금을 출자했다. 하지만 슈퍼널은 202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총 1조 730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직 eVTOL을 상용화하기 전이라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막대한 규모의 연구개발비와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지출된 탓이다.
아울러 AAM 상용화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이 일단 미래항공사업에서 힘을 빼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슈퍼널은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S-A2’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으나 내부적으로 완성도와 안전성 확보에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인프라 구축 지연 역시 2028년 상용화 목표 달성을 불투명하게 했다. 미국 내에서도 사업 개발과 기체 도입 지연으로 스타트업인 릴리움과 볼로콥터가 파산하기도 했다.
이에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 온 미래 모빌리티의 무게 중심도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로 옮기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수익을 내는 시점이 불투명한 미래항공의 몸집을 줄이는 대신 성과가 가시화한 수소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및 자율주행 사업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슈퍼널의 해고 조치에 대해 미래항공 사업에서 철수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항공은 여전히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중 하나이며 슈퍼널은 AAM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며 “장기적 성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발전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