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살펴본 엔비디아의 전략 [이지수 소장의 슈퍼컴퓨터 이야기]
||2026.03.03
||2026.03.03
2014년 엔비디아는 CPU와 GPU를 연결하는 새로운 기술인 ‘NV링크(NVLink)’를 발표했다. GPU에서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를 CPU가 공급해줘야 하는데 그 전송속도가 GPU의 처리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CPU-GPU 연결은 PCIe(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Express)라는 산업 표준을 따르고 있었다. 엔비디아는 우수한 성능의 독점 기술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한 것이다. 2016년 이런 전략 아래 P100 ‘파스칼(Pascal)’ GPU가 개발됐다.
그 완성을 위해서는 NV링크를 채택한 CPU가 필요했다. CPU 점유율 1위인 인텔은 엔비디아의 독점 기술을 채용할 이유가 없었다. AMD는 엔비디아와 GPU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IBM만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IBM은 자사의 파워(Power)8 CPU에 NV링크를 탑재한 파워8플러스를 2016년 개발했다. 2017년에는 NV링크 2.0을 탑재한 파워9 CPU를 발표했다. 파워9은 2018년 세계 1위로 등장한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의 ‘서밋(Summit)’ 슈퍼컴퓨터에 탑재돼 주목받았다.
이렇게 성공으로 끝나는 듯했던 NV링크는 또 다시 어려움에 부딪혔다. 2020년 IBM이 기술적 및 전략적 이유로 차세대 파워10 CPU부터 NV링크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안을 찾던 엔비디아는 ARM 아키텍처 기반의 CPU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가 소유하고 있던 ARM 홀딩스를 200억달러(약 29조원)에 인수하겠다고 2020년 발표했다.
ARM 홀딩스를 인수하려는 엔비디아의 노력은 중국, 영국, 유럽연합 등 반대로 2022년 실패로 끝났다. 이들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CPU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지키기 위해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반대했던 것이다.
인수에 실패하였지만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20년간 ARM의 지적재산을 이용하여 독자적인 CPU를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엔비디아는 이 권리를 이용하여 4세대 NV링크를 탑재한 ‘그레이스(Grace)’ CPU를 개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CPU와 GPU를 하나의 모듈에 넣고 NV링크-C2C 기술로 연결한 GH-200 ‘그레이스 하퍼 수퍼칩(Grace Hopper Superchip)’을 발표하는 등 혁신을 이어갔다.
엔비디아는 또 2025년 독자적인 생태계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인 NV링크 퓨전(Fusion)을 발표했다. 즉 다른 회사가 엔비디아의 독점 기술을 라이선스 형태로 이용하여 CPU 및 GPU 등의 가속기를 NV링크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NV링크 퓨전 프로그램에는 다수의 업체가 참여를 하고 있다. 일본의 차세대 국가 슈퍼컴퓨터인 ‘푸가쿠넥스트(FugakuNEXT)’를 개발하고 있는 후지쯔는 자사가 개발하고 있는 ‘모나카(Monaka)-X’ CPU에 NV링크 기술을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아마존은 트레이지엄(Trainium) AI 칩과 그래비튼(Graviton) CPU에 NV링크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참여자는 인텔이다. 자사의 제온 CPU에 NV링크 탑재를 발표한 것이다.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도 CPU 부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의 참여는 엔비디아 생태계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10년전에 NV링크에 참여를 거부한 인텔이 방향을 바꾼 것은 회사의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50억달러(약 7조원)의 투자를 받은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또한 단기간에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는 GPU 제품이 없던 것도 고려되었다.
독점적인 NV링크 기술을 중심으로 공고화된 엔비디아 생태계는 어떻게 발전할까? CXL(Compute Express Link)처럼 산업 표준을 중심으로 뭉친 연합군이 NV링크 진영보다 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여 그 지형을 재편할 수 있을까?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지수 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했고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저널오브컴퓨테이셔널싸이언스(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을 거쳐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 슈퍼컴센터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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