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어’로 쓰인 AI 공정이용 안내서… 전문가도 못 읽는다 [줌인IT]
||2026.03.03
||2026.03.03
문화체육관광부가 ‘생성형 AI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를 내놨다.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기술 발전에 맞춰 저작물 이용을 폭넓게 허용하는 제도다.
그동안 창작자와 기업, 개인은 AI를 어디까지 학습시킬 수 있는지 가늠할 기준이 없었다. 그만큼 이번 안내서를 목 빠지게 기다려왔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본 이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법전을 읽듯 딱딱한 법학 이론만 가득 담겨 있어서다. 일각에선 법학 논문 같다며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우려한다. 현장 언어가 아닌 외계어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내서는 직관적인 기준 대신 법 해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정이용’이라는 개념 자체도 어려운데 그 해설마저 난해하다. 안내서를 읽다 머리가 아파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다. 답변은 한결같이 ‘어렵다’였다. 저작권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조차 이해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도 어렵다면 산업계는 오죽할까.
정부는 이 안내서를 산업계 현장에 홍보한다고 한다. 업계와 관계 부처가 소통하며 콘텐츠 산업과 AI 산업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외계어로 쓰인 안내서로는 저작물 활용을 촉진하기 어렵다.
안내서는 강제력 없는 권고일 뿐이다. 정부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위원회의 유권해석이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 공정이용 여부는 법원이 판단한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창작자와 기업은 위험 요인을 예측할 수 없다. 결국 AI 업계는 저작물 학습을 멈추거나 소송을 각오하고 밀어붙이는 양극단 선택만 남는다.
정부의 중재가 중요하다. AI와 저작권은 창작자의 생계와 AI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전문가도 어렵다면 일반인은 안내서 첫 장을 읽는 순간 아득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 해설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언어로 쓰인 기준이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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