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끝났다”… 총기 사고·고물가에 ‘탈미국’ 사상 최대
||2026.03.02
||2026.03.02
이민자의 나라로 불려온 미국에서 자국민이 대거 해외로 떠나는 이른바 ‘탈(脫)미국’ 흐름이 사상 최대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기록적인 숫자로 해외에 정착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해외에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약 15만 명의 순이주 감소를 기록했으며, 2026년에는 유출이 더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에 유입되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의미로, 이런 현상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불법 체류자 추방과 비자 규제 강화의 성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WSJ은 지적했다.
◇ 유럽으로 향하는 美 중산층
과거 일부 부유층이나 모험가들의 전유물이었던 해외 이주는 이제 평범한 중산층 가족의 선택지가 됐다. 미국 댈러스의 부동산 투자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한 크리스 포드(41) 씨는 WSJ에 “미국에서는 5살 아기가 유치원에서 총기 난사 대피 훈련을 받아야 했지만, 베를린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면서 “임금은 미국이 높을지 몰라도 삶의 질은 유럽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이 주로 향하는 곳은 생활비가 저렴하고 치안이 좋은 유럽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미국인 거주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00% 이상 급증했다. 아일랜드에는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간 아일랜드인의 두 배에 달하는 1만 명의 미국인이 둥지를 틀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신흥 주거지 그랜드 캐널 독에서는 주민 15명 중 1명이 미국 출생이라는 부동산 업계 추산도 있다. 독일 역시 지난해 미국인 유입이 독일인의 미국 이주보다 많았다.
◇ 흔들리는 미국 예외주의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총기 범죄와 치솟은 주거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0%였던 이주 희망 응답자는 지난해에는 20%로 두 배나 뛰었다. 특히 15~44세 여성의 경우 40%가 이주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 템플 대학교의 케이틀린 조이스 연구원은 “미국인들이 해외에서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을 경험하며 ‘미국이 최고’라는 미국 예외주의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탈미국 행렬은 미국 정부에도 고민을 안기고 있다. 세금 문제로 시민권을 포기하려는 신청자가 폭주하면서 업무 처리가 수개월씩 밀려있다. 반면 유럽 현지에서는 미국인들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상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더 이상 자국민에게 안전과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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