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약가제도 개편… 연내 시행 불씨 여전
||2026.03.01
||2026.03.01
정부가 추진해 온 약가제도 개편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상정 단계에서 유예되며 정책 추진에 일시적인 제동이 걸렸다. 다만 제도 도입 자체가 철회된 것은 아닌 만큼 연내 시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2월 내에 건정심 안건 처리를 목표로 복제약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을 상정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소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안건 상정을 보류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당초 정부는 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건정심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까지 마무리한다는 일정표를 세웠으나, 업계 반발과 정책 파급력을 고려해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정심은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과 비용을 최종 심의·의결하는 핵심 기구다. 이 단계에 안건이 오르지 못하면 제도 시행 자체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번 상정 유예는 사실상 정책 강행을 위한 숨 고르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제약바이오 업계와 소통을 거쳐 일정을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수준인 복제약 약가 상한을 40%대로 일괄 인하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 가격이 주요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며, 급격한 고령화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약품비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동시에 제약업계가 복제약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연구개발 투자로 체질을 전환하도록 유도하려는 정책적 목적도 담겨 있다.
그러나 업계 반발은 거세다. 복제약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기반으로, 약가 인하 시 연간 약 3조6000억원 규모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신약 연구개발 투자 위축과 함께 약 1만5000명에 달하는 산업 종사자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상정 유예를 ‘한숨 돌릴 시간’으로 보면서도 방심은 금물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가 제도 도입 자체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세부 인하 폭과 적용 기준을 조정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무 협의를 거쳐 이르면 3월 회의에서 안건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쟁점은 시행 시기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7월 시행이 유지될지 아니면 업계 준비 기간 확보를 위해 일정이 탄력적으로 조정될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급격한 약가 인하가 의약품 자급률 저하와 공급 불안 등 보건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단계적 인하와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책 병행을 요구하고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24일 열린 ‘제81회 정기총회’에서 “지난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약가 개편안이 안건에서 제외된 것은 정부가 산업계의 의견을 보다 합리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산업 현장의 여건과 충분한 논의가 반영되지 않은 채 제도가 급격히 변화한다면 기업 경영은 물론, 연구 개발 등 각종 투자 위축과 경영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제도 개편은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갔지만 정책 추진 동력 자체는 여전히 살아있다”며 “추가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수정된 형태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내 시행 여부는 향후 건정심 논의 결과와 정부·업계 간 조율 수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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