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설탕값 내렸지만… 라면·제과는 ‘요지부동’
||2026.02.28
||2026.02.28
정부의 담합 조사와 물가 안정 기조 강화 속에 밀가루·설탕·전분당 가격이 잇따라 인하되면서, 가공식품 전반으로 가격 인하 흐름이 확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제과·라면업계는 제조원가 구조상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즉각적인 가격 인하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라면·제과업체 “밀가루 등 비중 미미… 가격 인하 부담”
28일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 및 당류(전분당) 업체들에 대한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한 이후 관련 업체들은 연이어 가격을 내렸다. 전분·당류 업체뿐 아니라 최근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제빵 프랜차이즈들도 빵·케이크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그러나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업체를 비롯해 오리온, 롯데웰푸드,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등 과자·파이류를 판매하는 주요 제과업체들은 아직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공통적으로 밀가루·설탕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농심은 2025년 3월 신라면 등 주요 라면과 스낵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2년 6개월 만의 인상으로, 원재료비와 환율 상승을 반영한 조치였다. 오뚜기 역시 2025년 4월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7.5% 올렸다. 삼양식품은 2022년 11월 국내 가격을 평균 9.7% 인상한 뒤, 2023년 7월 평균 4.7% 수준으로 일부 인하한 바 있다.
A 라면업체 관계자는 “최종 제품 원가에는 밀가루·설탕뿐 아니라 스프, 후레이크, 팜유, 에너지 비용, 물류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며 “단일 원재료 가격 변동만으로 제품 가격을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B 라면업체도 “라면은 면뿐 아니라 스프와 후레이크 등 다양한 원가 요소로 구성된다”며 밀가루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과거 가격 인하 사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현재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국내 가격 정책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과업체들 역시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다. A 제과업체 관계자는 “밀가루·설탕 비중은 제조원가의 1% 안팎에 불과하다”며 “과자·스낵류는 유지류, 감자, 코코아, 견과류 등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원재료 비중이 크고, 인건비·에너지 비용 등 고정비 부담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B 제과업체 관계자도 “제조원가 100원 중 1%를 차지하는 원료 가격이 5% 인하돼도 실제 원가 절감 효과는 0%대에 그친다”며 “설탕과 밀가루는 비교적 단가가 낮은 원재료이고, 일부는 해외산을 사용해 국제 시세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가격 결정 기준과 속도 일관성 갖춰야"
반면 소비자들은 과거 밀가루·설탕 가격 인상 당시 식품업체들이 이를 근거로 제품 가격을 신속히 올렸던 점을 지적한다. 원재료 가격 상승 시에는 즉각 반영하면서, 하락 국면에서는 원가 비중이 작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밀가루와 설탕 가격 인상만으로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었다”며 “인건비·물류비·에너지비 등 부대 비용과 카카오·감자·유지류 등 다른 원재료 가격도 함께 상승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협회는 식품이 생활필수재인 만큼 가격 결정의 기준과 속도에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회장은 “과거에는 ‘원가 부담 누적’을 이유로 비교적 신속히 가격을 인상했던 만큼, 하락 국면에서도 그 효과를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며 “상승은 즉각 반영하고 하락은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인식을 주면 가격의 하방 경직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컨대 제품 원가에서 밀가루·설탕 비중이 10% 내외라 하더라도, 해당 원재료 가격이 상당 폭 하락하고 그 인하가 일정 기간 지속되며 다른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면 일부 조정 여지는 생긴다”며 “기업이 원가 상승 시 ‘누적 부담’을 강조해왔다면, 하락 국면에서도 누적 안정 효과를 반영하는 것이 시장의 상식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결정할 자유가 있다면, 원가 하락 시 그 혜택 역시 소비자와 공유하는 것이 시장 신뢰의 기본”이라며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과 수치 공개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가격 인하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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