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국회는] 22대 국회 필리버스터 역대 최다·최장… “소수당 보호” vs “실효성 없어”
||2026.02.28
||2026.02.28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이른바 ‘법 왜곡죄’가 필리버스터 대상이 됐다.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검사와 판사를 부당하게 압박하려는 법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24시간 진행된 직후에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회 관계자는 “필리버스터가 이뤄지는 동안 본회의장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면서 “소수당이 법안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직접 알린다는 필리버스터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 범여권 ‘강제 종료’에 24시간 마무리…與 법안 줄줄이 통과
비슷한 상황은 최근 국회에서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안’도 국민의힘 필리버스터가 있었지만 지난 25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가결됐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회에 상정된 노란봉투법, 국회법 개정안, 내란 특별법,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등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입법이 이뤄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범여권의 입법 독주에 소수당인 국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서보려고 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의 의석 분포가 ‘필러버스터 무용론’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강제 종료가 가능하다. 재적 의원 3분의 1이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고 24시간 뒤 무기명 투표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무소속 의원들을 합하면 강제 종료가 가능한 178명을 넘긴다. 정치권에서는 “소수당의 입법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필리버스터의 근본 취지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 구조적 양극화로 필리버스터 급증” “남발돼 주목도 떨어져”
필리버스터는 역대 국회 중에 이번 국회(22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사례는 1964년 당시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에 사실상 폐기됐다가 2012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부활했다. 하지만 19대, 20대, 21대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 횟수가 1회, 2회, 5회에 불과했다.
22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2024년에는 순직 해병 특검법 등을 둘러싸고 필리버스터가 이어졌고, 2025년에는 노랑봉투법 등을 두고 진행됐다. 2026년 1월에는 2차 종합특검법을 두고 다시 필리버스터가 열렸다. 22대 국회 들어 2026년 1월말까지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23건에 달한다. 현재 진행 중인 8건을 포함하면 총 31건으로 늘어난다. 22대 국회는 아직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태다.
필리버스터 시간도 크게 늘어났다. 올 1월 말까지 22대 국회가 필리버스터에 사용한 시간은 538시간 28분이다. 현재 진행 중인 8건이 각각 24시간씩 이어질 경우 192시간이 추가돼 누적 시간은 730시간을 넘어서게 된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76시간 44분, 21대 국회에서는 101시간 59분 동안 필리버스터가 각각 진행된 바 있다.
향후 필리버스터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최근 필리버스터 증가 추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양극화의 결과”라며 “국회 내 정국이 교착되면서 협의와 타협보다는 다수당의 일방적 입법 독주와 야당의 항의성·보여주기식 필리버스터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필리버스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도 “필리버스터의 본래 목적은 법안 저지 자체보다는 쟁점을 부각해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는 데 있는데, 남발되면서 오히려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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