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잠수함 산업 패키지에 캐나다 엄지 ‘척’ 세울까
||2026.02.27
||2026.02.27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입찰 제안서 제출 마감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정부와 한화가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 측이 그동안 한국을 방문해 잠수함 건조 역량에 만족감을 드러낸 만큼 캐나다 현지 투자 패키지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월 25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한국·캐나다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 참석해 CPSP 수주 외교에 나섰다.
조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시간과 예산에 맞춰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경쟁국보다 2년 앞서 인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경쟁국보다 앞서 있다고 확신한다”며 “동·서·남해에서 ‘올코트 플렉서블(All Court Flexible·다양한 해양 조건에서 작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운항하는 우리 잠수함은 아마 (캐나다가 인접한) 북극해에 최적의 무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CPSP 수주전에는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가 맞붙는다. 최종 입찰 제안서 제출 마감일은 오는 3월 2일(현지시각)로 막판 총력전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캐나다 측은 이미 한국을 방문해 잠수함 건조 기술력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 산업부 장관, 빅터 피델리(Victor Fedeli)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 스티븐 퓨어(Stephen Fuhr) 국방조달 특임장관 등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과 HD현대 글로벌 R&D 센터를 연이어 찾아 잠수함 건조 및 첨단 기술 역량을 살폈다. 특히 퓨어 장관은 2월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아 캐나다 CPSP 사업에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 선도함인 장영실함에 승함한 뒤 “대단한 경험이었다”며 “내부 기술력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전은 성능·납기·가격 등과 함께 캐나다 산업에 대한 실질적 기여(ITB)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수주전은 국가 대항전으로 번져 산업 협력 패키지의 내용이 중요해졌다.
캐나다는 잠수함 유지·보수를 위한 인프라 조성과 현지 인력 채용·교육 등을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희토류 광산 개발, 소형모듈원전(SMR), 고속철도 등 기간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자동차 산업 투자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퓨어 장관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은 자리에서 “이번 구매 사업의 핵심은 비용, 일정, 그리고 캐나다에 미치는 경제적 이익이다”며 “한국과 독일은 모두 자동차 제조국이기도 하다. 이런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면 방산을 넘어 더 큰 경제 협력으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졸리 장관은 2월 29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진 연설에서 자동차 산업 투자 유치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졸리 장관은 CPSP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건 자동차 공장이다”며 “그래서 한국, 독일과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요구에 현대자동차가 지원에 나섰다. 현대차는 캐나다에 수소연료전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캐나다 정부는 현대차에 현지 공장 설립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계획이 변동되거나 더욱 구체적인 협력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경쟁국인 독일의 경우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의 현지 생산 인프라 확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입찰을 앞두고 산업 협력 패키지 제시안을 더욱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1월 철강, 인공지능(AI), 위성통신, 우주, 전자광학 등 5개 분야의 현지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산업 협력을 약속했다. 또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에 선진 조선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을 위해 온타리오조선소, 모호크대학과 MOU 및 전략적 협력 의향서(LOI)를 맺었다.
HD현대 역시 조선 분야에서 잠수함 운용·보수 종합 컨설팅 제공, 캐나다 현지 조선소에 함정 및 잠수함 기술과 선박 건조 노하우 이전을 제안했다. 더불어 캐나다 대학·연구기관과 함께 조선·제조업 분야를 비롯해 AI, 바이오 등 첨단 연구·개발 분야까지 공동 협력을 추진하고,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캐나다 원유업체와 협력해 잠수함 사업 기간 동안 수조 원 규모의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입찰 경쟁에서 공정한 사업자 선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맥귄티(David McGuinty) 캐나다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번 입찰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확인해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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