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느님’보다 ‘하느님’… 대세 직업의 갈림길 [줌인IT]
||2026.02.27
||2026.02.27
‘의사’와 ‘하느님’을 합친 의느님이라는 말이 있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확실한 성공 경로처럼 여겨졌던 직업군에 붙은 별칭이다. 의과대학 문턱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흰 가운은 곧 안정과 존경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의대생 못지않은 인기 학과로 ‘반도체 관련 학과’가 급부상하면서다. 특히 SK하이닉스 취업을 목표로 진로를 설계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제 일각에선 “하느님이 대세 아니냐”는 농담도 나온다. ‘하이닉스’와 ‘하느님’을 합친 것이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그 이면은 꽤 진지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인공지능(AI) 확산·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등으로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 됐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사업보고서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성과급이 더해질 경우 체감 보상은 더욱 커진다.
실적과 연봉·복지 수준까지 공개되면서 취업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레 반도체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정성과 보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직장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다.
문제는 ‘왜’가 빠진 선택이다. 의대 쏠림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됐던 이유는 단순히 인기 직종이어서가 아니었다. 돈과 안정성만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 진로 선택이 인재 생태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반도체 열풍 역시 다르지 않다. 산업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개인의 진로 선택이 ‘연봉 순위표’에 좌우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단순히 학점과 스펙이 빼어난 지원자가 아니다. 특히 첨단 산업일수록 윤리 의식과 책임감, 협업 능력이 중요하다. 수조 원이 오가는 투자와 국가 경쟁력이 달린 분야에서 ‘돈이 되니까’라는 동기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의미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조직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되겠다는 목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자리에 서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산업의 의미와 미래, 그리고 장기적인 기술 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직업의 가치는 통장 잔고로만 환산되지 않는다. 의사가 ‘의느님’으로 불렸던 시절에도 결국 존경받는 의사는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었다. 반도체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하느님’으로 불리기전에 한 명의 책임 있는 기술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먼저다.
대세 직업은 시대에 따라 바뀌지만 사람의 가치는 영원하다. 기업 또한 몸값 경쟁이 아닌, 인재의 방향성을 함께 설계하는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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